박관호 체제 1년 "천덕꾸러기 위믹스"
||2025.03.18
||2025.03.18
위메이드의 창업자인 박관호 위메이드 의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 지 1년이다. 위메이드는 박관호 단독대표 체제 아래에서 최대 연매출 기록 경신, 영업이익 흑자전환 등 성과를 거뒀다. 2월 20일 출시한 ‘레전드 오브 이미르’도 구글 매출 10위권에 안착했다.
문제는 위믹스다.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 중심인 위믹스에 발생한 해킹 사건으로 하락한 신뢰도가 박관호 체제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신성장동력에서 골칫덩이로"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위메이드의 가상자산 위믹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위믹스는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의 핵심 통화 역할이면서 위메이드의 말썽 원인으로 꼽힌다.
위메이드는 앞서 2022년 1월 투자자에 고지 없이 위믹스 1억800만개를 현금화하면서 미공시 논란을 일으켰다. 위메이드는 같은 해 10월 계획한 유통량보다 7000만개쯤 많은 위믹스를 유통한 것이 드러나면서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국내 4대 거래소에서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되기도 했다.
이렇게 투자자나 금융 당국으로부터 문제시되던 위믹스가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위믹스 재단이 2월 28일 87억5000만원 규모의 위믹스 865만4860개를 해킹당하면서다.
위메이드가 해킹 사실을 투자자에게 공지하기까지 4일이 걸렸다. 김석환 위메이드 투자지원실장 겸 위믹스 싱가포르 대표가 이 사고를 수습하고 있다. 김석환 대표는 장현국 전 대표가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사업 집중을 위해 2018년 설립한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 위메이드트리의 대표였다. 위메이드트리 싱가포르가 위믹스 싱가포르로 사명이 변경됐다.
김석환 대표는 3월 17일 위믹스 탈취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위믹스가 해킹됐다는 공지를 늦게 한 건 제 결정이었다”며 “추가 공격 가능성이 있다고 봤고 탈취 자산으로 인한 시장 영향을 고려해 공지를 늦게 했다”고 밝혔다.
‘레전드 오브 이미르’ 흥행의 의의
위믹스가 말썽부리는 가운데 레전드 오브 이미르의 흥행은 위메이드에 특히 의미 있는 성과다. 위메이드가 2024년 들어 창업자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한 특이한 게임사라서다.
최근 엔씨소프트, 넷마블, 펄어비스 등 국내 게임업계는 대부분 창업자가 단독대표를 고수하지 않고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경영을 맡기며 창업자 자신은 이사회 의장 또는 공동대표를 맡는 추세다.
반면 위메이드는 위메이드의 대표 IP ‘미르의 전설’을 개발했고 2000년 위메이드를 설립한 박관호 대표가 단독대표다. 박 대표는 2014년부터 2024년까지 대표이사직을 10년 수행한 장현국 전 대표가 물러나면서 장 전 대표가 추진해 온 블록체인 사업을 정비하는 모습을 보인다. 본업인 게임에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다.
박관호 위메이드 대표는 2023년 말 기준 위메이드 지분 41.23%를 보유한 위메이드 최대 주주다. 그가 위메이드 이사회 의장에서 대표이사로 취임한 걸 책임경영으로 보는 배경이다. 개발자 출신 창업자가 단독대표를 맡은 시기에 나온 게임 ‘레전드 오브 이미르’의 흥행 실적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레전드 오브 이미르는 올해 위메이드 실적에서도 중요한 요소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나이트 크로우’ 글로벌, ‘미르의 전설’ 중국 라이선스 계약 성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미르의 전설 라이선스 매출이 올해 1분기 대신 지난해 4분기로 반영됐다. 박관호 대표가 지난해 취임하면서 비용을 이미 효율화하고 흑자전환까지 한 상황에서 위메이드가 흑자 기조를 유지하려면 레전드 오브 이미르의 흥행이 필요했다.
박관호 대표 체제의 위메이드가 올해 위믹스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사업전략과 한계가 확인될 것으로 분석된다. 위믹스는 위메이드의 가상자산 겸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 플래폼 이름이다. 위믹스 플랫폼은 위메이드의 신성장동력을 꿈꾸며 시작됐지만 성장동력이 되진 못했다. 위메이드는 2022년, 2023년 연매출을 각각 모두 역대 최대를 경신했지만 2022년 806억원, 2023년 1162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2월 리포트를 통해 위메이드의 2025년 추정치 기준 주가이익비율(PER)은 20.6배쯤이다”라며 “기업가치가 높아지기엔 이익 규모가 부족하다고 본다”고 봤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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