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옛날이여”… 추억의 ‘한국 IT 1세대’ 몰락의 종지부 찍나
||2025.03.18
||2025.03.18
우리나라 인터넷 역사를 함께 써온 대표 브랜드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다. 카카오가 포털 사이트 '다음'을 별도 법인으로 분사한다고 공식 발표한 가운데, 2000년대 한국을 대표했던 SNS '싸이월드'는 또다시 매각 수순을 밟고 있다. 한때 각 분야를 주름잡던 IT 1세대 '국민 서비스'들의 추락이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계륵" 된 다음, 매각 위한 수순 밟나
카카오는 3월 13일 타운홀 미팅에서 '다음' 분사 계획을 발표했다. 카카오 측은 "콘텐츠 CIC 재도약을 위해 분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완전한 별도 법인 독립으로 독립성을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매각을 위한 수순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문어발식 사업확장과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경험한 카카오가 계열사 정리에 열심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신아 대표는 "카카오톡 플랫폼과 AI 연관성이 부족한 비핵심 사업은 순차적으로 정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카카오는 2023년 11월 143개 계열사를 올해 2월 116개까지 줄이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다가 다음은 이미 카카오에는 '계륵'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음 매출이 포함된 포털비즈 매출은 2022년 4240억원에서 2024년 3320억원으로 3년 새 21.7% 감소한 것이 이유다. 특히 다음의 검색 점유율은 네이버와 구글에 밀려 2%대까지 추락했다. 2014년 합병 당시 1조원에 달하던 다음의 기업가치가 재매각 시 조정될 거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주인 바뀔 때마다 부활 외치는 싸이월드…5번째 매각
싸이월드는 5번째 주인을 찾아 나섰다. 지난해 9월 싸이월드 사업권을 인수했던 싸이커뮤니케이션즈(이하 싸이컴즈)가 4개월 만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싸이컴즈 지분 40%를 보유한 코스닥 상장사 소니드는 해당 지분과 싸이월드 사업권을 매각하기로 하고 인수 의향 기업 3곳을 숏리스트로 확정했다.
앞서 싸이컴즈는 지난해 말 싸이월드 사업권과 자산을 인수하며 올해 하반기 서비스 재개를 약속했다. 싸이월드 브랜드를 활용한 새로운 SNS 출시를 목표로 했다. 3200만 회원과 170억건의 사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대 주주인 소니드의 자금 지원이 끊기면서 복원 사업에 필요한 자금 조달에 실패했다. 1월부터 서버 호스팅 비용마저 지급하지 못해 서버가 오프라인 상태가 됐고, 직원들은 무급휴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싸이월드는 한때 3200만 회원, 하루 평균 방문자수 1500만명을 기록하던 '국민 SNS'로 자리했으나 이제 '사라진 추억'이 돼가고 있다. 1999년 사업을 시작해 2003년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된 싸이월드는 이후 2016년 프리챌 창업자 전제완 씨를 거쳐 2021년 싸이월드제트, 2023년 싸이컴즈로 주인이 바뀌었다. 이번 매각이 성사되면 벌써 다섯 번째 주인을 맞게 된다.
시장 흐름 놓친 '한국 IT 1세대'의 공통된 운명
한국 인터넷 1세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다음과 싸이월드는 디지털 전환기에 모바일 환경 적응에 실패했다는 공통된 평가를 받는다.
다음은 네이버의 공격적 서비스 확장과 구글의 한국 시장 공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카카오 합병 이후에도 포털로서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 채 '비주력 사업'으로 전락했다.
싸이월드의 경우 PC 기반 서비스에 집중하다 스마트폰 보급 이후 모바일 중심으로 성장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SNS에 밀렸다. 폐쇄적 네트워크와 도토리 같은 상업화된 서비스는 오히려 신규 사용자 유입을 제한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싸이월드는 지난 2022년 재출시 당시 첫 달 1인당 평균 사용시간과 사용일수는 각각 0.35시간과 5.01일로 집계됐다. 이는 인스타그램(9.69시간/ 20.11일), 페이스북(8.97시간/17.68일), 틱톡(15.21시간/15.16일) 등 주요 SNS와 비교해 가장 낮았다. 또한 싸이월드 앱 사용자의 타 SNS 앱 동시 사용 비율은 인스타그램이 78.47%로 가장 높았으며, 밴드(48.44%), 페이스북(43.96%), 네이버카페(35.69%), 카카오스토리(32.93%)가 뒤를 이었다. 싸이월드 앱 사용자의 싸이월드 앱 단독 사용 비율은 1.9%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추억의 브랜드'가 된 두 서비스는 모두 급변하는 IT 환경에서 혁신에 실패하고 시대에 뒤처졌다는 공통된 한계를 보여준다"며 "향수에만 의존해서는 생존할 수 없는 IT 시장의 현실을 재확인시켜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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