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이해진, 맡기는 김범수… 네카오 3·26 주총 변화는
||2025.03.17
||2025.03.17
네이버와 카카오가 모두 3월 26일 오전 10시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한다. 최근 AI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국내 두 IT 대기업의 주총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창업자의 행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경영 일선으로 돌아와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함께 글로벌 AI 경쟁에 뛰어든다. 반면 사법리스크가 남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정신아 카카오 대표에게 그룹을 맡기고 건강 회복을 우선하는 모양새다.
이해진 복귀와 글로벌 시너지 추진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네이버는 3월 26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사내이사 선임과 최수연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의결한다.
사내이사는 이사회 구성원 중 회사에 상근하며 내부 사정에 밝은 이사로 회사의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이해진 GIO의 사내이사 선임은 이해진 창업자가 네이버의 의사결정에 이사회를 통해 직접 관여하게 된다는 의미다.
최수연 대표는 회사를 경영하는 실무 경영진이자 의사결정자로 이사회 결정을 직접 실행하는 역할이다. 글로벌 AI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빠른 의사결정을 위한 이사회 개편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또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전략투자 대표로 변경했다. 김남선 전략투자 대표는 4월 1일부터 네이버의 전략 투자와 미래 성장의 발굴을 위한 기업 벤처 투자 확대, 북미 포시마크 이사회 집행 의장을 맡는다. 김 전략투자 대표는 포시마크 경영 일선에서 포시마크 경영 강화와 네이버와의 시너지 확대를 추진한다. 포시마크는 네이버가 2022년 10월 13억1000만달러(약 1조6700억원)를 들여 인수한 북미 중고패션 거래 플랫폼이다. CFO는 김희철 CV센터 책임리더가 맡는다.
네이버는 또 3월로 사내이사 임기가 끝나는 채선주 대외/ESG정책 대표에게 전략사업 부문을 신설해 맡긴다. 글로벌 전략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 시장 개척을 개척한 채선주 대외/ESG정책 대표가 네이버의 아라비아 법인장도 겸한다고 밝혔다. 김남선 전략투자 대표가 북미 쪽에 집중한다면 채선주 대외/ESG정책 대표가 중동 쪽을 맡는 셈이다.
중동은 네이버의 신규 타깃 시장이다. 실제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를 비롯해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고민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지역의 왕족, 정부 관료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는 네이버가 최근 네이버클라우드, 네이버랩스 등 계열사와 함께 ‘팀 네이버’를 구성하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공략에 열을 올리는 배경이다. 팀 네이버는 올해 2월 사우디판 CES로 불리는 글로벌 IT 전시회 ‘리야드리프(LEAP) 2025’에 국내 스타트업 11곳과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정신아 단독 체제로의 급전환
네이버의 이해진 창업자가 사내이사로 직접 이사회의 핵심 의사결정에 참여하며 경영 일선에 복귀한 것과 달리 카카오는 김범수 창업자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선다. 카카오는 김범수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방광암 초기 진단을 받아 당분간 치료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범수 창업자는 2024년 2월 카카오 그룹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기구 ‘CA협의체’를 구성하고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함께 CA협의체 공동의장을 맡았다. CA협의체는 산하에 경영쇄신위원회, 전략위원회 등을 두고 있다. 김범수 창업자는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회 위원장을, 정신아 대표는 CA협의체 전략위원회 위원장을 겸했다. 카카오 CA협의체에는 주요 계열사 CEO가 참여한다.
카카오에 따르면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회는 카카오 그룹 전체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고 전략위원회는 그룹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현안과 핵심성과지표(KPI), 투자 등을 검토하는 기구다. 김범수 창업자가 맡은 경영쇄신위원회가 주주총회처럼 카카오 그룹의 방향을 결정한다면 정신아 대표가 맡은 전략위원회는 이사회처럼 카카오 그룹의 구체적인 경영전략을 논의한 셈이다.
김범수 창업자가 경영쇄신위원회 활동을 종료하고 CA협의체 공동의장에서 사임하는 건 정신아 카카오 대표에게 카카오 그룹 전체 지휘를 맡긴 모양새가 된다. 정신아 대표는 이미 카카오 그룹 전반을 맡고 있는 만큼 단독 의장 체제가 더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범수 창업자의 건강뿐 아니라 사법 리스크도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김범수 창업자는 2023년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SM엔터테인먼트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창업자는 지난해 7월 구속돼 101일 만에 풀려났다.
카카오는 또 CFO 행보가 네이버와 다르다. 네이버의 김남선 CFO가 전략투자 대표를 맡아 전략사업 부문을 맡는 채선주 대외/ESG전략 대표와 함께 글로벌 시장 개척과 시너지 창출을 추진하는 반면 이번 주주총회에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상정된 신종환 카카오 CFO는 카카오 그룹의 내실을 다질 것으로 분석된다.
신종환 카카오 CFO는 이미 CA협의체의 재무를 총괄하고 있다. 카카오 이사회는 신종환 CFO를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한 이유를 그룹 전반의 재무 건전성 점검 및 개선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회사의 재무 효율성을 높이고 안정적인 운영 기반 마련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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