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리스크 넘어라” 국내기업 개도국 진출 돕는 코이카
||2025.03.11
||2025.03.11
만성화된 미·중 갈등 와중에 트럼프발(發) 관세 리스크까지 불거지면서 성장 잠재력이 큰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하지만 개별 기업이 잠재력만 보고 덤비기엔 상대적으로 열악한 인프라와 언어문화 장벽, 각종 규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이에 외교부 산하 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발판 삼아 개발도상국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기업을 돕고 있다.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코이카의 ODA 사업으로는 관리·감리(PMC) 용역과 물품·기자재 공급, 사업 관리·총괄 등을 포함하는 국별 협력 사업과 긴급 구호 등 인도적 지원 사업, 연수 사업 등이 있다.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나 기술을 공적개발원조(ODA)에 적용해 국제개발협력 사업의 효과를 높이는 혁신적 기술 프로그램(CTS)과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CSR), 공유 가치 창출(CSV) 재원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비즈니스 전략을 ODA와 연계해 개도국의 발전에 기여하는 ‘포용적 비즈니스 프로그램(Inclusive Business Solution, IBS)’도 운영 중이다.
CTS 프로그램의 경우 사업계획단계부터 사업규모확장(Scale-up)단계, 국제기구 연계까지 모두 지원한다.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스타트업에 SEED 0(예비혁신가 양성 및 사업모델 기획), SEED 1(기술개발), SEED 2(시범사업) 등으로 세분화된 솔루션을 제공한다. 기획 단계를 제외하고 기술개발과 시범사업의 지원금은 각각 3억원, 5억원이다. Seed1과 Seed2를 통합한 CTS-TIPS 연계형의 경우 기업 당 최대 8억원까지 지원한다.
1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KBIZ홀에서 코이카 주최로 열린 ‘2025년 개발협력 참여전략 설명회’에는 해외 ODA 사업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유관기관 및 민간기업 관계자를 포함해 30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개발협력 참여전략 설명회는 코이카 주최 연례 행사 중 가장 큰 규모로, 2017년 처음 개최해 올해로 여덟 번째를 맞았다. 우리 기업들에게 국내외 ODA 시장을 통해 글로벌 진출을 도모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하는 것이 기획 의도이다. 손정미 코이카 글로벌연대·파트너십본부 이사는 개회사에서 “ODA 사업은 전 세계의 공영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전략적 투자”라며 “우리 기업들에게는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개발도상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종한 외교부 개발협력국장은 환영사에서 “ODA 규모가 지속 확대된 만큼 보다 혁신적이고 효과적인 개발협력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민간 참여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ODA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수혜국 국민과의 접촉면을 더 넓혀 ODA를 통한 우리의 기여가 전 국민적인 노력임을 강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축사에서 백승보 조달청 차장은 “지난해 조달청은 코이카와의 협업을 통해 조달청 혁신 제품 인증을 받은 기업들이 개발도상국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왔으며, 향후에도 코이카와 협력해 우리 기업들의 ODA 사업 참여와 해외 진출을 위해 다양한 방면으로 폭넓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입찰에서 공모까지... 유무상 ODA 참여 절차와 방법 제공
설명회는 총 2부로 나눠 진행했다. 1부에서는 ‘한국 ODA 유무상 개발협력사업 참여 방안’을 주제로 ▲코이카 ODA 조달 참여 방안 및 2025년 발주계획 ▲코이카 기업협력프로그램 공모 참여 방안 ▲한국수출입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ODA조달사업 참여 방안 순으로 발표를 진행했다.
장서희 코이카 조달1팀장은 올해 약 7000억 원 규모의 신규 입찰 발주 계획을 중심으로 조달 참여 절차와 팁을 소개했고, 이어 김혜원 코이카 기업협력사업팀장이 경쟁입찰이 아닌 공모 형태로 기업이 보다 자율적으로 사업을 제안할 수 있는 CTS와 IBS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추진호 한국수출입은행 경협구매부 보건팀장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통해 유상 원조 사업에 참여하는 방안을 안내했다.
장 팀장은 “ODA 사업은 수원국 정부 공공의 문제 해결을 위해 수행하는 사업으로 기존 비즈니스 모델과는 차이가 있다”며 “수원국 정부의 요구를 파악해 해당 국가 정책을 기반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비즈니스 모델과 ODA 사업 절차‧방식의 차이를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부에서는 ‘글로벌 ODA 진출전략 및 우수사례 소개’를 주제로 ▲글로벌 ODA 기업진출전략 및 다자개발은행(MDB) 한국 신탁기금 ▲중미경제통합은행(CABEI) 사업 참여방안 ▲글로벌 ODA 사업 참여를 통한 우리 기업 해외 진출 우수사례 순으로 발표가 이어졌다. 이계천 글로벌 ODA 기업진출센터(KODABIZ) 프로그램 매니저(PM)는 “한국신탁기금은 2023년 기준 누적 규모만 11억9500만달러(약 1조7370억원)에 달하지만 해당 기금을 통한 ODA 사업 국제경쟁입찰에 우리 기업의 평균 참여율은 49.7%(2018~2022년)에 불과하다”며 “한국신탁기금 사업은 기획재정부가 한국의 중점 지원 분야와 우위를 고려해 승인하기에 입찰 참여가 비교적 유리하며, 특히 CABEI의 경우 출연금 일정 비율에 대해 한국 기업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ODA 사업 점자 모듈 기반의 시각장애인 학습기기 개발사 ‘닷’과 정보통신 중소기업 ‘문엔지니어링이’ 글로벌 ODA 사업 참여 경험을 공유했다. 한편 코이카는 이날 행사장 밖에 개별 홍보 부스와 상담 부스를 설치해 글로벌 ODA 진출에 관한 자료집을 배포하고, 조달 전문가와 기업 관계자 간 일대일 컨설팅도 실시했다. 코이카는 설명회 개최에 이어 12일에는 국내 기업의 진출 수요가 높은 개발도상국을 선별해, 25개국 해외사무소장과의 온라인 컨설팅도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