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 전기차와 전나무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2025.03.10
||2025.03.10
사람마다 나무에 대한 선호가 다르다. 누구는 소나무가 좋다고 하고 누구는 전나무가 좋다고 한다. 나는 전나무가 좋다. 전나무는 소나무와 같은 상록침엽수다. 사계절 푸르면서 잎의 모양은 침형이다. 대신 잎의 길이가 소나무에 비해서 매우 짧다. 우리가 사는 중부지방에서는 겨울에도 푸른 상록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조경수로 사용되는 상록수는 소나무를 제외하면 크게 없다고 봐야 한다. 향나무나 히말라야시다 등도 있지만 소나무만 한 정취를 주지 못하기 때문에 소나무 일변도로 심어지고 있다.
우리가 대학을 다닐 때, 소나무는 공해에 약하기 때문에 가로수로는 쓸 수 없고 정원이나 공원에 주로 사용한다고 배웠다. 전나무도 마찬가지인데 공해에 더 약해 조경수로는 거의 생각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대학 조경학과 2학년생이 되면 기초과목으로 나무에 대해 배우게 된다. 서울에서 공부했으니 당시 가장 좋은 학습장은 광릉수목원이었다.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에 위치해 다소 멀었지만 다양한 나무들을 만날 수 있어 교수님과 학생들이 모두 좋아하는 곳이다. 광릉수목원 일대 숲은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잘 보전된 곳이기도 하다.
당시 버스를 타고 큰 길가에 내리면 수목원 입구까지 한참을 걸어서 갔다. 하천변에 있는 왕복 2차로를 따라 걷다 보면 높이가 30m는 넘어 보이는 전나무길이 나왔다. 소나무와 달리 하늘을 향해 올곧게 뻗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전국적으로 볼 때 몇 군데서 전나무길을 만날 수 있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다. 대표적인 곳이 오대산 월정사 앞과 변산반도 국립공원 내소사 앞 전나무길 정도가 많이 알려져 있다.
우리 주변 산에서 자라는 나무를 보면 보통 12~15m 정도의 키를 가지고 있다. 물론 산 정상으로 올라가면 3~4m인 경우도 있고 평지에서는 더 큰 나무도 있다. 그런데 가로수길이나 공원에서 30m에 가까운 전나무길이나 전나무숲을 볼 수 있다면 어떨까? 참 볼만할 것이다.
앞에서 적었지만 전나무는 대기오염에 약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인천 서구에 있는 우리 연구원 건물 주변 산자락에 줄지어 선 전나무는 그 키가 12~15m 가까이 자라고 있다. 이걸 보면 대기오염을 조금만 더 줄이면 인천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21년, 코로나 19의 터널을 한창 지나고 있을 때 재택근무 등으로 자동차 운행도 줄고 산업활동도 줄고 중국에서 몰려오던 황사와 미세먼지도 줄었다. 그때 연구원 화단에 자라던 소나무의 때깔과 위세가 그전과 완전히 달라진 모습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를 통해 생각해보면 대기오염이 소나무나 전나무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
전기차가 널리 보급되면 대기오염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승용차뿐 아니라 화물차와 오토바이까지 전기차로 전환되면 대기오염 개선효과가 더 클 것이다. 그러니 다음에 차를 바꾸실 때는 전기차를 좀 사시길 바란다. 그렇게 되면 공원뿐 아니라 도로변에도 소나무나 전나무를 심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소나무를 관찰해보니 좋지 않은 환경에서 살게 되면 병치레를 많이 한다. 병치레를 많이 하면 나무의 모양(수형)이 나빠지고, 수형이 나빠지면 경관을 개선하기보다는 부담만 주게 된다. 따라서 대기오염이 크게 떨어진 이후에나 맘 편하게 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선순환이 이루어져 나무가 공기를 더 깨끗하게 해줄 것이다. 소나무가 잘 자라면 전나무도 잘 자랄 수 있다.
키가 30m 이상 자라는 전나무길이 있는 도시를 상상해본다. 도시의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가로수가 크고 깔끔하게 늘어서 있고 숲이 풍요로운 도시가 된다면 도시의 품격이 한 단계 더 올라갈 것이고 생활의 질도 한 단계 더 올라갈 것이다.
/권전오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