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AI 팹리스, 올해가 중대 변곡점… “해외 고객사 확보가 관건”
||2025.03.10
||2025.03.10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대표 주자로 꼽히는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딥엑스 등이 올해부터 글로벌 무대에서 검증을 받게 될 전망이다. 특히 올해가 이들 기업의 중장기적 성장 가능성에 중대한 기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 시장이 빈약한 한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의 특성상 해외 고객사에 대한 납품이 필수적이며, 이 성과를 바탕으로 추가 투자를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딥엑스는 이달 첫 신경망처리장치(NPU) 양산을 앞두고 본격적인 해외 마케팅에 분주한 상황이며, 퓨리오사AI 역시 지난해 3분기 양산에 돌입한 두 번째 AI 칩 레니게이드 판매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리벨리온은 앞서 이스라엘,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양산 매출을 올리며 시장성을 입증했으며, 현재 삼성전자와 함께 거대언어모델(LLM) 추론용 AI 반도체 ‘리’ 양산을 준비 중이다.
현재 국내 AI 팹리스의 가장 큰 숙제는 AI 반도체 사업을 중장기적 로드맵으로 끌고 갈 수 있는 투자금 유치다. 정영범 퓨리오사AI 상무는 최근 열린 AI 육성 정책 관련 국회토론회에서 “굳이 매각하지 않고 투자를 받으면 좋은데 국내에서 원하는 규모 만큼 되지 않아 안타깝다”며 “(매각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사안이 없으며 모든 걸 열어두고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퓨리오사AI를 비롯해 국내 AI 반도체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에 치닫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대규모 투자금이 필요한 반도체 사업 특성상 자금 조달에 실패하면 잠재력을 가진 회사들도 제대로 꽃을 피우기 전에 사업을 접거나, 회사를 매각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딥엑스의 경우 이미 누적 투자금 1500억원을 넘어서며 충분한 실탄을 확보했으나,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 첫 양산 칩 DX-M1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현재 딥엑스는 중국, 중동, 대만, 유럽, 미국 등에서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며 특히 온디바이스(내장형) AI 분야에서 다수의 글로벌 고객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딥엑스는 차세대 엣지용 NPU와 추후 서버용 NPU 분야에도 진출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서는 공급 실적과 활용 레퍼런스가 필요하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의 공급 실적과 파트너십이 중요하다. 이날 딥엑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고객 및 비즈니스를 확장하기 위해 전 NXP 제품 마케팅 디렉터인 전재두 미국 법인장을 영입했다. 전재두 미국 법인장은 ST-에릭슨, TI, NXP 등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주요 반도체∙IT 기업에서 20여년 간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온 베테랑이다. 모바일∙자동차∙홈 엔터테인먼트 등 각 분야에서 하드웨어 설계와 기술 마케팅, 세일즈를 두루 경험하며 쌓은 전문성과 폭넓은 네트워크가 강점이다.
사피온과 합병 이후 사우디 아람코로부터 200억원의 추가 투자를 받으면서 전체 누적 투자 3000억원을 달성한 리벨리온은 아람코 데이터센터에 렉 기반 제품 공급을 시작하는 등 향후 데이터센터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올 상반기 중 사우디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AI 반도체 ‘아톰’(ATOM)에 이어 차세대 AI 반도체 ‘리벨’(REBEL) 출시를 올해 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샘플 생산 예정 시점은 오는 6월이다.
윤성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국내 AI 반도체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이 중요하다”며 “본사 법인을 해외에 두거나 아예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는 형태의 과감한 도전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한국 반도체 스타트업 생태계의 여건이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국내 시장에서는)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