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서 고전하는 폭스바겐…단종 브랜드 부활시키기로
||2025.03.07
||2025.03.07
폭스바겐의 전기 크로스오버(세단과 SUV의 특징을 결합한 차종) ID4가 미국 흥행에 실패한 가운데, 올리버 블루메(Oliver Blume) 폭스바겐 그룹 최고경영자는 1980년 단종된 오프로드 브랜드 스카우트(Scout)의 부활에 기대를 걸고 있다.
ID 브랜드 전기차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려던 폭스바겐의 계획이 좌절되면서, 이 독일 자동차 제조사는 오래전 사라진 미국 브랜드를 되살리는 데 희망을 걸고 있다.
한때 ID 라인업으로 미국 시장 점유율을 10%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했던 폭스바겐이 전략을 바꾸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ID 모델 중 두 가지만 판매되고 있으며, 폭스바겐은 이들 대신 곧 출시될 스카우트 전기차 모델이 수익 성장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 설계되고 생산될 대형 트래블러(Traveler) SUV와 테라(Terra) 픽업트럭은 가장 수익성 높은 두 개 자동차 세그먼트를 겨냥하고 있다. 이 두 세그먼트는 전체 경차 판매의 3분의 1과 업계 수익의 절반을 차지한다. 폭스바겐은 2년 후 생산에 앞서 이미 100달러 예약금을 받기 시작했다.
블루메 최고경영자는 5일(현지 시간) ID. EVERY1 콘셉트카 공개 행사장에서 진행한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최대 규모의 시장인데, 우리는 지금까지 그곳에 전혀 진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시장에 진출하기로 결정했을 때, 폭스바겐 그룹의 기존 브랜드를 사용하는 대신 픽업 세그먼트를 개척한 미국 전통 브랜드인 스카우트를 부활시키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부활하는 스카우트는 테슬라(Tesla)의 사이버트럭(Cybertruck)과 폭스바겐의 전략적 파트너인 리비안(Rivian)이 생산하는 R1T 및 R1S와 직접적인 경쟁 구도에 놓일 수 있다. 폭스바겐은 약 4년 전 트럭 제조업체 내비스타(Navistar)를 인수하면서 스카우트 브랜드를 획득했다. 구체적으로는 내비스타 자회사인 인터내셔널(International)을 통해 휴면 상태였던 브랜드를 물려받은 것이다.
1961년 처음 출시된 스카우트는 최초의 '진정한' SUV 중 하나로, 인터내셔널 농업 유산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20년 후 생산이 중단되었고, 이는 SUV 붐이 일어나기 직전이었다. 이후로 스카우트라는 이름은 사용되지 않았다.
폭스바겐의 이 같은 전략은 선례가 있다. 폴라리스(Polaris)는 대형 크루저 시장에서 자체 브랜드인 빅토리(Victory)를 성공시키지 못한 후, 할리 데이비슨(Harley-Davidson)의 유일하면서도 진정한 미국 경쟁사이자 이미 팬층을 확보한 인디언 모터사이클(Indian Motorcycles)을 인수해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스카우트의 부활은 폭스바겐이 '세계 차' 전략에서 벗어나 미국, 유럽, 중국에 특화된 지역별 모델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ID.4는 내연기관차인 티구안(Tiguan)처럼 글로벌 주력 모델이 되려 했으나 유럽 외 지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ID4는 여전히 브랜드의 베스트셀링 전기차이지만, 중국과 미국에서 모두 실패를 겪었으며 작년 판매량은 절반 이상 감소했다. 2025년에는 ID4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전기차 톱10 리스트에도 들지 못했다.
독일에서 수출되는 ID 버즈(ID Buzz)는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지만 너무 비싸고, 새로운 관세로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 폭스바겐은 소형 해치백 ID3를 미국에서 판매하지 않으며, 내년 출시 예정인 2만 5000유로짜리 ID2도 미국 시장에 선보이지 않을 예정이다.
폭스바겐 브랜드가 미국에서 판매한 약 38만 대 차량 중 전기차 비중은 5% 미만이다. 폭스바겐 그룹은 "2025년까지 테슬라를 추월하겠다"는 목표를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 있다.
전기차 시장 냉각 역시 문제다. 성장세가 둔화되었고, 만약 트럼프가 7500달러의 연방 전기차 세금 공제를 폐지한다면 수요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 최고경영자가 주도한 테슬라의 공격적인 가격 인하도 나쁜 뉴스이다. 머스크는 가격을 낮춤으로써 경쟁사들을 압박했을 뿐만 아니라 전기차의 중고 가치도 떨어뜨려 잠재 구매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허츠(Hertz) 같은 상업용 차량 고객들의 마음을 식게 만들었다.
중국에서 폭스바겐은 이미 국내 경쟁사인 비야디(BYD)에 시장 선두 자리를 내주었다. 폭스바겐은 다음 달 상하이 모터쇼가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고 있으며, 중국 전용 플랫폼인 CMP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전기차들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 모델들은 내년부터 수익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이다.
스카우트의 경우 기다림은 더 길어질 것이다. 2027년까지도 생산이 계획되어 있지 않으며 지연될 위험도 존재한다. 그러나 블루메 최고경영자는 여전히 낙관적이다. 그는 "이 차들로 미국인들의 공감을 얻었다고 생각하며, 출시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음에도 받은 예약에 완전히 압도당했다"고 감탄했다.
/ 글 Christiaan Hetzner & 편집 김타영 기자 young@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