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만 있는 게 아니다”… 中 AI 스타트업 ‘마누스’, 오픈AI 성능 뛰어넘어
||2025.03.07
||2025.03.07
‘딥시크(DeepSeek)’에 이어 ‘마누스(Manus)’까지 오픈AI를 뛰어넘는 성능을 보여 중국 인공지능(AI) 굴기가 무서운 저력을 보이고 있다. 중국 AI 기업들은 저사양 칩과 새로운 학습 알고리즘을 활용해 고비용 구조를 깨면서도, 성능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 마누스, AI 비서 넘어 ‘업무 자동화’
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AI 스타트업 마누스 AI는 자사 홈페이지에 GAIA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최고 점수를 기록하며 오픈AI 모델을 상회하는 성능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GAIA는 AI의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단순한 언어 모델 테스트가 아니라 AI가 실질적인 업무를 얼마나 수행할 수 있는 지를 측정하는 벤치마크다.
회사 측에 따르면 기존 AI 모델이 텍스트 생성이나 질의응답 기능에 집중됐다면, 마누스는 금융 분석, 보고서 작성, 웹사이트 제작, 데이터 처리 등 실제 업무 수행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PDF를 PPT로 자동 변환하고, 부동산 매물 검색 후 자동 보고서 생성, 이력서 심사, 주식 분석 기능까지 지원한다.
현재는 베타 테스트 중으로 초대 코드로만 가입이 가능하며, 웨이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중국 내에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마누스AI 창업자인 샤오훙(Xiao Hong·肖弘)은 일명 90허우(90년대생) 연쇄 창업자로, 대학 시절부터 여러 차례 창업 경험을 갖고 있다. 지난 2015년 설립한 ‘예잉과기’는 텐센트 등으로부터 수억위안(수천억원대)의 투자를 받은 이력이 있다.
마누스 개발팀에는 포브스 차이나 표지 모델에 오른 iOS 브라우저 개발자, AI 기업 ‘광녠즈와이(光年之外)’ 출신 제품 개발 책임자 등이 합류해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마누스AI의 공동 창업자이자 수석 엔지니어인 지이차오는 자사 홈페이지 영상을 통해 “AI가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 인간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마누스가 기업과 산업 전반의 업무 방식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딥시크만 있는 게 아니다” 알리바바·텐센트도 가세
마누스의 등장은 중국 AI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올해 초 딥시크는 엔비디아의 저사양 그래픽처리장치(GPU)인 H800 칩을 활용해 오픈AI 모델을 뛰어넘는 성능을 기록하며 AI 시장을 흔들었다.
알리바바도 딥시크보다 ‘가성비’ 높은 AI 모델 ‘QwQ-32B’를 이번 주에 공개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QwQ-32B는 오픈AI의 저비용 추론 모델 ‘오픈AI-o1-미니’를 능가하고, 딥시크-R1과 대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텐센트 역시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1초 이내에 질문에 답할 수 있는 AI 모델 ‘훈위완 터보 S’를 개발했다고 지난달 27일 발표했다. 훈위완 터보 S 기반으로 한 추론 모델 ‘T1’을 텐센트 AI 챗봇 ‘위안바오’에 탑재했다.
텐센트에 따르면, 이 모델은 딥시크의 추론 모델 R1보다 빠른 응답 속도를 자랑하며, MMLU(지식), AIME2024(수학), 라이브코드벤치(코딩) 등의 주요 벤치마크에서 GPT-4o, 클로드 3.5 소네트, 라마 3.1, 딥시크 V3보다 앞선 성능을 기록했다.
AI 경쟁이 기술력 싸움이 아니라 ‘국력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AI 모델을 개발하려면 초거대 연산 인프라, 막대한 투자, 방대한 데이터 자원이 필요한 만큼, 과거 핵무기 개발처럼 AI 패권이 곧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분야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 모두 AI를 전략 기술로 지정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김명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AI안전연구소장은 “중국은 오래전부터 AI파운데이션 모델 등 AI 개발과 혁신에 집중해왔고, AI 개발 전문인력 수가 (한국의) 최소 10배 이상”이라며 “최근에 (마누스와 같은) 발표들이 이어지는 것은 근래에 기획된 일이 아니라 오래전 국가 차원에서 집중해온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