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통합충전제어장치(ICCU) 결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소비자와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1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도입 이후 줄곧 제기된 이 문제는 여러 차례 리콜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재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모비스의 차세대 ICCU / 연합뉴스
ICCU는 고전압 배터리와 저전압(12V) 배터리의 충전을 통합 관리하며, V2L(차량 대 외부 전력 공급) 기능을 가능하게 하는 현대차그룹의 독자 기술이다. 그러나 이 장치에서 과전류로 인한 트랜지스터 손상 등이 발생하며 주행 중 차량이 멈추거나 배터리 충전이 불가능해지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대차는 2024년 한 해에만 ICCU 소프트웨어 오류로 국내에서 약 17만 대(3월 및 12월 리콜 포함)를 리콜했으며, 미국에서도 약 20만 대 이상이 같은 문제로 리콜 대상에 포함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콜 후 동일한 결함이 재발한다는 소비자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ICCU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주요 원인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 복잡한 상호작용을 꼽는다. 자동차융합기술원 이항구 원장은 “ICCU는 충전 시스템과 전력 분배를 통합한 복잡한 부품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는 하드웨어 설계 결함이나 다양한 사용 환경에서 발생하는 변수를 모두 잡아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소프트웨어 강건화를 통해 문제를 개선하려 했지만, 일부 차량에서 여전히 고장이 반복되며 근본적인 원인 규명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한 부품 개선 및 교체의 어려움도 문제 해결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ICCU 결함에 대한 대응으로 부품 교체가 필요한 경우가 있지만, 개선된 신규 부품 개발이 지연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 서비스센터에서는 부품 수급 부족으로 수리가 늦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다양한 사용 조건을 고려한 검증을 강화하고 있다”며 추가 문제 발생 가능성을 낮추겠다고 밝혔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기존 부품을 교체해도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는 불신이 커지고 있다.
경제적 부담과 전략적 선택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ICCU는 E-GMP 플랫폼의 핵심 기술로, 이를 포기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려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현대차가 하드웨어를 전면 교체하거나 설계를 변경하기보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깊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 방식은 단기적인 비용 절감을 가져올 수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브랜드 신뢰도 하락과 판매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대차가 ICCU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는 복잡한 기술적 원인 규명의 어려움, 하드웨어 개선의 지연, 그리고 경제적·전략적 우선순위의 충돌이 얽힌 결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와 소비자 신뢰 상실이라는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향후 대응과 기술 개선 노력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