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유럽에서 근무한 경험으로 누구보다 현지 시장에 익숙하고 특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이 24일(현지시간) 유럽 자동차 생산 2위인 스페인에서 열린 ‘2025 기아 EV 데이’에서 “올해 EV4, 내년 EV2가 유럽에 출시되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크게 오를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시장 요구와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전기차를 앞세워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송 사장은 글로벌 기자단 간담회에서 자신의 ‘15년 유럽 경력’을 언급하며 현지 전기차 시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과거 프랑스판매법인(2007년), 유럽법인(2013년) 등을 이끌었던 경험과 노하우를 무기로 삼아 전동화 전환이 빠른 유럽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송 사장은 “유럽은 3만~3만 5000유로 이하의 차량이 30% 정도 팔리는 시장”이라며 “EV2는 그 이하의 가격을 원하는 고객층에 다가가 많은 수요를 낼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기아는 내년 EV4의 연간 판매 목표로 16만 대를 제시했다. 유럽(8만 대)과 미국(5만 대), 국내(2만 5000대) 등을 합한 수치다. EV2는 유럽에서만 10만 대를 팔겠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수요 정체와 중국 브랜드의 저가 공세가 맞물리면서 가격 부담을 낮춘 대중화 모델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중국 1위인 BYD는 유럽에서 돌핀과 아토3 등 2만 유로 후반~3만 유로 중반대 전기차로 존재감을 키웠다. 송 사장은 “중국 브랜드와 가격 차이를 절대적으로 극복할 순 없겠지만 (격차를)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다”며 “중국 브랜드보다 서비스 네트워크나 품질, 고객 경험에서 더 우위에 있다”고 피력했다.
올해 본격화하는 목적기반차(PBV) 사업과 관련해 “새로운 성장 엔진”이라고 언급하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승합차와 화물차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 가능한 PBV로 경상용차(LCV) 시장의 전동화 전환을 앞당긴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송 사장은 “글로벌 전기 경상용차(LCV) 시장은 현재 22만 대에서 2030년 119만 대로 성장해 전체의 LCV의 30%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기아가 20% 정도의 점유율을 가져간다는 계획 아래 퍼스트 무버(선도자) 역할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는 우버와 DHL, 쿠팡 등 100여 개 운송·물류 업체와 PBV 공급을 논의 중으로 사업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송 사장은 2030년까지 15개 전기차 풀라인업을 구축하는 기존 계획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아가 판매하는 차량 3대 중 1대가량은 전기차로 채운다는 방침이다. 다만 유럽에서 전기차 전용 공장 등 신규 생산거점을 구축하는 방안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연 35만 대를 생산하는 슬로바키아 공장을 내연기관차 중심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이 우선순위”라며 “전기차 시장 수요에 따라 슬로바키아 공장을 최대한 활용하고 나머지 물량은 한국에서 가져와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