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사태에 뿔난 대중음악단체 “유명무죄 무명유죄, 약속 존중해야”
||2025.02.27
||2025.02.27
“대한민국 대중음악 산업의 근간은 기획사와 가수가 맺은 전속계약입니다. 기획사와 가수는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가 아닙니다. 지금 우리 산업 내 전속계약의 매듭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기획사는 무명 시절 과중한 관리 책임과 수많은 규제를 감당하다가 막상 소속 가수가 성공하면 계약 해지를 당할까 전전긍긍합니다. 가수를 향한 팬들의 선의는 기획사에 악의로 다가옵니다.”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은 27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에서 진행된 5개 음악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말했다. 5개 음악단체는 한국매니지먼트연합,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한국음반산업협회, 한국음악콘텐츠협회다.
이들이 이날 주장한 내용의 핵심은 기획사와 가수는 전속계약을 통해 동업 관계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동업관계인데 정부·국회가 추진하는 예술산업발전법 등 정책은 기획사 규제 일변도이며 가수를 향한 호의적인 여론은 기획사에 악플과 사이버테러 등 악의로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5개 단체는 대중음악산업이 붕괴하기 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5개 단체 대표로 발제를 맡은 최광호 사무총장은 “가수에게 기존 기획사와 전속계약 매듭을 풀어도 된다고 이간질하는 부도덕한 다른 기획사, 기획사에 고용된 음악 프로듀서와 그 뒤의 거대 자본, 가수가 기획사를 탈퇴하는 것이 더 좋은 일이라고 외치는 팬덤과 기획사 규제 일변도의 국회 및 정부 정책 등 모든 것이 어우러져 음악산업의 산파 역할을 하는 기획사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며 “이제 템퍼링 또는 전속계약 위반 이슈는 우리가 아는 몇 사건 정도가 아니라 메이저 기획사부터 인디 기획사까지 전염병처럼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사무총장은 한국음악콘텐츠협회에 접수된 인디 기획사 민원을 인용해 템퍼링 사례를 소개했다. 무명 가수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인지도를 얻게 되자 다른 기획사가 금전보상이나 금전보상 기회를 이용해 해당 가수를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가수의 기획사를 더 힘들게 하는 것으로는 해당 가수의 팬덤이 소속사의 역량을 문제 삼아 현재 기획사 이탈을 부추긴다는 점이 꼽힌다.
최 사무총장은 “내 가수를 향한 팬들의 선의는 기획사에 대한 악의로 돌아오고 있다”며 “일명 뉴진스 하니와 하이브 소속 타 레이블 매니저의 엇갈린 주장 속에서 우리는 사건의 진실을 알지 못하지만 높은 인지도와 팬덤을 보유했다고 그들이 주장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 유명무죄 무명유죄 현상이 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일부 팬덤을 중심으로 기획사 직원의 해고와 징계를 요구하는 시위가 증가하고 소속사 직원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인터넷에 공개되거나 그들의 가족을 대상으로 한 악플과 사이버테러가 계속된다는 점이 문제라고 봤다. 가수와 대립한다는 이유만으로 일부 극성 팬덤으로부터 폭언과 인신공격을 받는 기획사 직원들의 고충과 가수가 예고 없이 떠난 기획사의 직원들이 겪는 실직과 미래에 관한 걱정도 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최 사무총장은 “분쟁과 갈등은 어느 산업에서나 일어날 수 있지만 그 속에서 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법과 규정을 준수한다는 약속을 지켜내는 것이다”라며 “그 누구도 법원의 준엄한 판단 이전에 계약 파기를 확정할 수 없으며 판단 이후에는 모두가 그 판단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역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버린 위기를 좌시하면 2200여개 음반 제작사의 피땀어린 노력에도 대중음악산업이 붕괴할 수도 있다”며 “우리 대중음악산업에서 약속의 가치를 지키려면 커넥트(connect), 리스펙트(respect), 콘택트(contact) 등 3ECT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