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진흥 급물살 속 플랫폼 규제론 주춤
||2025.02.26
||2025.02.26
세계 각국이 글로벌 기술패권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조 단위 돈을 쏟아붓는 가운데 글로벌 AI 정책 기조가 확연히 진흥 쪽으로 기운 모양새다. 강력한 규제로 이름을 날려 온 유럽연합(EU)마저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문제는 플랫폼 규제와 AI 산업 진흥의 충돌이다.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빅테크 플랫폼 규제론이 글로벌 AI 진흥 기조와 충돌하며 동력을 잃는 모양새다.
26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24일 진행된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플랫폼 독과점 규제 법안을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다. 2020년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해 온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으로 불리는 플랫폼 독과점 규제 법안은 구글·애플·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의 자사우대와 끼워팔기를 막는 것이 골자다.
온플법은 그동안 IT업계의 혁신을 저해하고 글로벌 시장경쟁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아왔다.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처럼 온라인 플랫폼의 폐해가 드러났어도 모든 플랫폼을 법으로 일괄 규제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AI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계의 걱정이 늘었다. 자체 개발한 AI를 이용해 상품을 추천하거나 이용자 질문에 자사 콘텐츠를 기반으로 답변하면 플랫폼 규제를 위한 ‘자사우대’ 규정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개최한 AI 공청회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플랫폼 신규 규제는 플랫폼에 국한되지 않고 AI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 시도를 원천 차단할 가능성이 있다”며 “네이버 AI 모델이 나와도 자사 블로그나 지도 정보를 출처로 한 답변은 자사우대에 걸릴 수 있고 OTT 기업은 맞춤형 추천을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추천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업계 의견은 플랫폼 규제법안이 정무위 법안소위 안건으로도 상정되지 못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최근 국회는 ‘AI 진흥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기조로 지원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대한민국이 3위가 되도록 하는 ‘AI G3’가 목표다.
국제적으로도 규제 동력이 떨어지는 점도 국내 플랫폼 규제론이 주춤하는 것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구글·아마존·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에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국가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각서에 서명했다. 빅테크 플랫폼을 규제하면 보복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 타깃은 유럽연합(EU)으로 꼽히지만 우리나라도 안심하긴 어렵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 규제를 비판하고 있어서다.
강명구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국민의힘)은 2월 19일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 지명자가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불필요한 도발’이라고 지적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규제를 계속 추진하면 한미 통상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플랫폼 규제법안은 국가 전체 경제에 관한 이슈여서 범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여야의 의견이 갈리는 플랫폼 규제 법안은 계속 논의할 계획이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