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내달 26일 나란히 주총...키워드는 ‘AI·준법경영’
||2025.02.26
||2025.02.26
[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국내 양대 포털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오는 3월 26일 나란히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네이버는 창업자 이해진의 7년 만의 경영 복귀와 인공지능(AI) 전략 강화를, 카카오는 준법경영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을 핵심 의제로 내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사내이사 선임을 주총 핵심 안건으로 상정했다. 현재 네이버 이사회는 변대규 의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법률·투자·회계 전문가로 구성돼 있어 AI 시대 대응을 위한 기술 전문성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내년 3월 변대규 의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이해진 GIO가 의장직을 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사회는 "회사 전반과 글로벌 IT 시장 상황에 대한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갖고 있다"며 "다수의 패러다임 변화에도 성과를 이끌었던 경험과 연륜을 토대로 중장기 성장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라고 이 GIO를 추천했다.
이해진 GIO의 복귀는 네이버의 AI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자체 개발한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의 고도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구글·마이크로소프트·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와의 기술 격차를 극복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
AI 전략 강화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확대도 네이버의 주요 과제다. 이번 주총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채선주 사내이사의 이사회 퇴임이다. 창업 초기부터 네이버와 함께 해온 채선주 대외·ESG 정책 대표는 임기 만료 후 네이버의 사우디아라비아 중동 총괄 법인의 초대 법인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이는 네이버의 중동 시장 공략 강화 의지를 보여주는 인사로 해석된다.
카카오는 지배구조 개선과 리스크 관리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이사회는 법무법인 세승의 김선욱 대표변호사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현재 기술·경영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된 이사회에 법률 리스크 관리 전문성을 더하겠다는 전략이다.
김 변호사는 다양한 의료·공공기관 및 기업을 대상으로 법률 자문을 수행해온 법률 전문가다. 이사회는 "상법·정보학 관련 전문성과 20년 이상의 경영 경험을 바탕으로 준법경영 강화와 경영 리스크 예방에 기여할 것"이라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준법경영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도 속도를 낸다. 우선 이사진 보수 한도를 2년 연속 대폭 낮췄다. 2023년 120억원이었던 보수 한도는 2024년 80억원으로 줄었고, 2025년에는 다시 60억원으로 감축된다. 실제 2024년 이사진에 지급된 보수총액이 30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보수 한도의 현실화와 함께 경영 효율성 제고 의지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주주 권리 강화를 위한 정관 개정도 추진한다. 그동안 제주 본사로 한정됐던 주주총회 개최 장소를 경기 성남시 판교 사옥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주주들의 접근성 개선 요구를 수용한 조치로, 온라인 생중계 시스템 부재 등 주총 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이번 주총은 양사의 차별화된 전략적 방향성을 보여준다. 네이버가 AI 기술 주도권 확보와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방점을 찍었다면, 카카오는 준법경영 체계 확립과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에 무게를 실었다. 특히 네이버의 이해진 복귀는 1990년대 말 PC통신에서 인터넷으로의 성공적 전환을 이끈 경험을 AI 시대에 재현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AI 기술력 확보를, 카카오는 준법경영 강화를 각각 선택한 것이 이번 주총의 핵심"이라며 "두 기업의 상반된 행보는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맞이한 새로운 변곡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