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 제4이통 사다리
||2025.02.24
||2025.02.24
통신은 대규모 장치 산업이다. 통신사 수가 지나치게 적으면 독과점 폐해가 발생한다. 너무 많으면 중복투자로 인한 비효율을 피하기 어렵다. 2000년대초 우리나라 이동통신사는 5개에서 3개로 정리됐다. 세계적으로도 통신사 수는 3~4개 정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티모바일이 스프린트와 합병했고, 유럽에서도 인수합병 시도가 활발하다. 세계시장에서 통신사 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경제 불확실성 속에 산업 효율화가 대세인 상황과 무관치 않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09년부터 제4 이동통신을 꾸준히 진입시키려 해왔다. 정부는 주파수 가격과 상호접속 혜택, 정책 금융 지원 등 내걸 수 있는 카드는 대부분 내걸었다. 하지만 8번이나 제4 이통 진입에 실패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3개로 운영되는 국내 통신시장에서 제4이통 진입은 정부가 근본적 경쟁강화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돼 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자체설비를 갖춘 풀MVNO에 파격적인 데이터할인 혜택을 제공해 성장시키겠다는 정책이 눈에 띈다. 제4이통 급이 아니더라도, 거대 알뜰폰인 풀MVNO를 통신시장에 새로운 메기로 키우겠다는 의도다. 풀MVNO가 성공할 경우에는 일본 라쿠텐, 프랑스 프리모바일 등이 알뜰폰에서 출발해 이동통신사(MNO)로 성장하는 사례도 기대할 수 있다.
풀MVNO는 그 자체로 경쟁을 강화할 뿐 아니라, 제4 이통을 향한 사다리가 될 수 있다. 다 큰 메기를 사오는 것이 아니라 우선 작은 메기를 풀어 키워나가는 것도 통신시장 경쟁을 위해 방법이 될 수 있다. 기왕에 시작한 풀MVNO 육성을 중심에 한 번 놓고, 알뜰폰·통신정책 퍼즐을 맞춰갔으면 한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