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화 돌입 RSV 백신… 영유아 넘어 고령층 방어까지
||2025.02.23
||2025.02.23
전 세계적으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가 신생아를 비롯해 만성질환자, 고령층 등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부터 RSV 백신이 연이어 국내 상업화에 돌입할 전망이다.
이전까지 국내 도입된 RSV 예방 의약품이 없어 환자 대부분이 속수무책으로 감염에 노출 될 수밖에 없던 상황에 변화가 찾아올지 주목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RSV 예방 항체주사 접종이 이달부터 국내에서도 생후 12개월 미만 모든 신생아 및 영아를 대상으로 시작됐다.
RSV는 폐렴과 모세기관지염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로, 주로 전 세계 영유아 90%가 2세 이전에 감염된다. 일부 영유아는 RSV 감염으로 인한 증상 악화로 폐렴, 모세기관지염 등 하기도 질환 증상을 겪기도 한다. 또한 RSV는 고령자, 면역력이 약한 만성질환자에게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세계적으로 6400만명이 RSV 감염을 겪고 있으며, 매년 16만명이 해당 감염병으로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 질병예측기관인 에어피니티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기준 RSV 예방시장이 2030년 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RSV로 인한 폐렴은 치료 후에도 천식 발병 위험을 높여 예방이 필수적이지만 그간 한국에는 이렇다할 RSV 예방 의약품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에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사노피(Sanofi) 한국 법인과 RSV 예방 항체주사 ‘베이포투스’의 국내 공급을 개시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달 사노피와 베이포투스의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해 국내 공동 판매 및 유통을 맞게 됐다.
베이포투스는 생후 12개월 미만 모든 신생아 및 영아에서 활용 가능한 유일한 RSV 예방 항체주사로 최소 5개월 이상 예방효과가 지속돼 1회 접종만으로 RSV 계절 전체를 예방할 수 있다.
베이포투스는 2022년 유럽 의약품청(EMA)에서 첫 승인을 받은 이후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허가됐으며 다양한 국가에서 예방접종지원 프로그램에 도입됐다.
미국에서는 어린이 백신 지원프로그램(VFC)을 통해 지원 대상 영유아들에게 무료 투여 중이며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서는 지난해 3월 RSV 관련 입원에 대한 베이포투스의 효과를 90%로 평가했다.
스페인 갈리시아에서는 2023년 9월말부터 베이포투스를 국가예방접종사업으로 도입, 이후 3개월간 RSV 하기도 감염으로 입원한 영아가 82% 감소하기도 했다.
최근 호주에서도 베이포투스 무료 접종 프로그램을 통해 신생아 입원율이 급감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호주 마일즈 정부에서는 지난해 4월부터 RSV 시즌을 맞은 모든 8개월 미만의 영아를 대상으로 RSV 예방 항체주사 무료 투여 캠페인을 진행했다.
그 결과, 캠페인 시작 2개월 간 전년 동기 대비 신생아 입원율이 크게 감소해 입원치료 필요한 신생아가 153명에서 93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RSV 감염으로 인해 실제 입원한 신생아는 12명으로, 전년 동기 48명에 비해 현저히 낮았으며 베이포투스를 투여받은 신생아 입원 사례는 0건이었다.
고령자를 위한 RSV 예방 의약품도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올해 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RSV 예방 백신 ‘아렉스비’에 대해 품목 허가했기 때문이다.
아렉스비는 RSV 감염 위험이 높은 6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상용화된 세계 최초 RSV 백신이다. 해당 백신은 지난 2023년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접종 방식은 근육 주사로 1회 투여한다.
아렉스비는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우수한 효능이 입증한 바 있다. 전 세계 17개국에서 60세 이상 성인 약 2만 5000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한 결과, RSV 관련 하기도 질환 발생 위험이 아렉스비 접종 후 82.6% 감소했다. 중증 하기도 질환 발생 위험도 역시 94.1% 줄었다.
RSV 예방 시장을 처음 연 아렉스비는 2023년 6월부터 약 9개월만에 매출 2조원을 돌파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RSV 백신이 일반 필수예방접종 백신보다 높은 가격이 책정된 ‘프리미엄 백신’인 만큼 국산 RSV 백신을 개발해 가격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국산 RSV 백신 등장까지는 오랜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3월부터 RSV 백신 ‘EuRSV’의 국내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EuRSV는 바이러스의 특정 항원인 F단백질과 면역 증강제가 혼합된 재조합 단백질 서브유닛 백신이다.
회사는 만 19세 이상 80세 이하 건강한 성인 10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용 백신 EuRSV를 주 2회 투여한 후 용량별 안전성과 내약성 등을 평가할 전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5대 블록버스터 파이프라인으로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의 RSV 백신을 지목한 바 있지만 본격적인 개발에 진입하기 위해 다소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 의료 전문가는 “국내 RSV 예방 의약품의 상업화가 시작되면서 그간 빈번히 발생하던 신생아 집단감염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미 전세계적으로 검증된 고령층 백신까지 국내에 들어왔기 때문에 국내 RSV 관련 입원율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