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영업이익에도… 안랩, 자회사 실적 부진에 ‘골머리’
||2025.02.20
||2025.02.20
안랩이 지난해 솔루션과 서비스 영역에서 성장했지만, 자회사들의 실적 부진은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히고 있다. 블록체인, 클라우드 등 다양한 신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수년째 연구개발 단계에 그치면서 관련 수익은 미미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20일 안랩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2606억원으로 전년 동기(2392억원) 대비 8.9% 증가했다. 지난 2016년부터 이어진 매출 증가세가 이어진 것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77억원으로 전년 동기(264억원) 대비 4.8% 늘어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출 성장은 보안 솔루션, 보안 관제 서비스, 컨설팅 등 안랩 본사 서비스가 견인했다. 안랩 관계자는 “각 솔루션과 서비스 영역이 전반적으로 성장한 가운데 차세대 엔드포인트 위협 탐지·대응 솔루션 ‘안랩 EDR’과 차세대 위협 인텔리전스 플랫폼 ‘안랩 TIP’(티아이피)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며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합작법인 ‘라킨’(Rakeen)의 초기 인프라 구축 등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전년 대비 늘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순이익은 역성장했다. 지난해 안랩의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324억원으로 전년 동기(347억원) 대비 6.7% 줄어들었다. 업계에서는 안랩의 자회사가 성장세의 발목을 잡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별도 기준으로 살펴보면 안랩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60억원으로 전년 동기(322억원) 대비 11.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 역시 전년(348억원)보다 28.2% 늘어난 446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안랩 산하 ‘안랩블록체인컴퍼니’ ‘안랩클라우드메이트’ ‘나온웍스’ ‘제이슨’ 등 4개 자회사는 수익성이 저조하다. 안랩은 지난 2022년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 ‘안랩블록체인컴퍼니’를 설립하고 ‘ABC 월렛’을 출시하며 사업에 나섰다. ABC 월렛은 가상화폐, 대체불가토큰(NFT) 등 디지털 자산의 보관·거래를 지원하는 서비스다. 다만 설립 2년간 실적이 좋지 않았다. 지난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안랩블록체인컴퍼니의 상반기 매출은 1억950만원, 순손실 21억6386만원을 기록했다.
안랩의 클라우드 운영관리 서비스(MSP) 전문 자회사 안랩클라우드메이트도 아직 실적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안랩클라우드메이트는 지난해 상반기 매출 19억원, 순손실 2억5306만원을 거뒀다. 지난 2020년 인수한 인공지능(AI) 기반 보안 스타트업 제이슨도 지난해 상반기 매출 16억원, 순손실 6억4876만원을 거뒀다. 이곳 역시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단계여서 당장의 실적은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랩의 투자비용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안랩은 연구개발 비용으로 지난 2023년 653억원을 지출했고 지난해 상반기에도 332억원을 썼다. 안랩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 비용은 지난해 27.29%에서 지난해 상반기 30.34%로 증가했다.
안랩은 향후 실적 개선을 위해 한정된 국내 보안 사업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만큼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안랩의 매출은 90% 이상이 국내 보안 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안랩은 중동 시장 진출을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에 세운 해외법인 라킨을 통해 중동 시장에 맞는 자사 제품을 서비스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사우디의 보안 시장 규모는 2022년부터 연평균 11.8%씩 성장해 2026년에는 6억3200만달러(9251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안랩은 이제 국내 보안 사업에만 의존할 수는 없고 실적 개선을 위해서라도 향후 신사업의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자회사 서비스인 블록체인, AI 등은 제품이 아닌 기술이므로 수익을 위해서는 그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개발해야 하는데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