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혁 삼성전자 CTO “AI 혁신 위해 반도체 업계 협업 필요”
||2025.02.19
||2025.02.19
“자율주행 자동차와 양자컴퓨팅, 휴머노이드 로봇, 바이오 등 포스트 인공지능(AI) 시대 주요 기술을 지탱하려면 반도체가 필수입니다. 전체 인류의 더 나은 삶은 반도체 업계의 협업을 통해 이뤄낼 수 있습니다.”
송재혁 삼성전자 최고기술책임자(사장)는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5′ 기조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행사의 준비위원장을 맡은 송 사장은 개막 첫날 ‘더 나은 삶을 위한 반도체 혁신’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송 사장은 AI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간의 뇌와 비교했을 때 저장능력과 에너지 효율성, 사고 속도 등에서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 모델의 정확도가 5년 만에 32%에서 92% 수준으로 향상됐지만 더 높은 성능과 효율성을 위해 반도체 기술의 혁신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AI 기술과 인간의 뇌를 비교하며 “인간의 뇌는 34억년 동안 진화해 왔고, 몸무게의 2%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전체 에너지의 20%를 소모할 정도로 효율적”이라며 “AI의 연산 속도는 인간보다 빠르지만, 환경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능력에서는 인간의 뇌가 보유한 능력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송 사장은 AI 기술의 발전 속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1950년 튜링 테스트에서 지난 2023년 챗GPT-4에 이르기까지 AI는 80년간 급속도로 발전했으며, 현재 AI의 정확도는 92.3%에 달한다”며 “그런데도 AI는 인간의 사고방식과 판단력을 완전히 모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송 사장은 급속도로 발전하는 AI 기술에 발맞추기 위한 반도체 산업의 혁신을 위해 소재·설비·EDA·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그는 “반도체 산업은 더 이상 개별 기업이 단독으로 혁신을 이뤄낼 수 없는 시대”라며 반도체 업계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반도체 산업 지형도 급변하고 있다. 기존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뿐만 아니라 고대역폭메모리(HBM)과 같이 AI 응용처에 최적화된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HBM 제품도 기존 규격 외에 AI 가속기를 설계하는 기업이 원하는 성능과 기능을 강화한 맞춤형 제품 수요가 늘어나는 등 시장이 변화하는 중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AI 시장 개화에 따른 수혜에서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을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내준 가운데, HBM 시장 큰손인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는 등 HBM 공급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SK하이닉스가 지난해 하반기 납품한 HBM3E 8단 제품 공급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는 첨단 공정 수율 안정화에 난항을 겪으며 1위 기업인 TSMC와의 시장 점유율 격차가 극심해지고 있다.
한편, 송 사장은 지난 18일 열린 삼성전자 이사회를 통해 삼성전자의 사내이사로 내정됐다. 삼성전자는 송 사장을 포함해 신임 사외이사로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내정하는 등 이사회에 반도체 기술 전문가를 보강했다. 경쟁 기업과의 격차가 지속 확대되면서 이사회의 기술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