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따라하기 그만”… 한국만의 AI 정책 필요
||2025.02.19
||2025.02.19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인공지능(AI) 규제 완화 기조에 맞서 한국형 AI 정책의 새로운 좌표가 모색됐다. 18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트럼프 2기 행정부 이후 바람직한 인공지능 정책 대응 토론회’에서는 정부와 산업계, 학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글로벌 AI 패권 경쟁 속 한국의 진로를 논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AI 기본법에 대한 진흥과 규제의 관점, 데이터의 중요성, 스타트업 육성까지 다양한 쟁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부상으로 글로벌 AI 지형이 요동치는 가운데 한국의 AI 정책 방향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AI 기본법, ‘혁신의 디딤돌이냐 걸림돌이냐’
전문가들은 현행 AI 기본법의 여러 개선점을 지적했다.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김용희 교수는 “AI 기본법의 모호성과 불확실성이 기술혁신을 저해하고 결국 국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해외 사업자에 대한 의무 규정이 국내 시장의 고립을 초래해 소비자에게 불이익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계인국 교수는 법의 정의 규정 자체에 문제를 제기했다. “우리 법은 AI를 ‘인간 유사적 인지능력’을 가진 것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는 글로벌 스탠다드와 맞지 않는다”며 “산업현장의 비인지적 AI가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구태언 부의장은 스타트업 관점에서 규제 완화를 주장했다. “오픈AI가 창립 9년 만에 세계적 기업이 된 것처럼 우리도 스타트업이 이런 성장을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며 “갓 태어난 아이에게 규제를 가하지 않듯, 성장 단계의 스타트업에는 규제 특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데이터가 AI의 석유다’… 접근성 제한이 발목
전문가들은 한국 AI 산업의 최대 걸림돌로 데이터 접근성 문제를 꼽았다.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 하정우 센터장은 “유럽이 AI 개발에서 뒤처진 이유는 학습 데이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플랫폼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가 있어 선전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세종 AI센터 장준영 센터장은 “AI 산업의 3대 진입장벽은 컴퓨팅 설비, 양질의 데이터, 고급인재다. 이는 전통적인 네트워크 인프라 사업보다도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구태언 부의장은 “스타트업이 가장 필요한 것은 데이터”라며 “딥시크 V3 한 번 돌리는데 80억원이 들었다는데 스타트업은 그런 돈이 없다. 데이터 접근성이 우선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국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개인정보보호법과 저작권법 등 강력한 데이터 규제’라며 “파괴적 혁신 없이는 아무리 ‘국가 AI컴퓨팅 센터’를 만든다고 해도 경쟁력을 가지기 힘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흥과 규제, 균형점을 찾아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김경만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은 “정부 정책의 방점은 진흥에 있다”면서도 “AI로 인한 잠재적 피해를 고려할 때 기본적인 규제 틀은 필요하다. 물론 EU가 도입하지 않는 수준의 규제를 우리가 도입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세계가 현재 진흥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분명 인공지능으로 오는 피해가 있을 것으로 진흥과 규제가 밸런싱 되는 정책 방향이 옳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경만 국장은 “향후 AI는 핵무기와 같은 전략적 자산이 될 것이다. 자체 기술력 확보가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며 “딥시크의 등장은 우리에게 ‘좋은 교과서’를 제공한 것이다. 컴퓨팅 자원과 인재, 데이터 정책이 뒷받침된다면 우리도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오병일 대표는 “AI 기술 혁신과 제도가 별개로 발전할 수 없다”며 우리 사회가 어떤 AI를 발전시킬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AI를 민주적으로 통제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인 가천대 최경진 교수는 “추상적인 논의에서 벗어나 실천 가능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시대에는 혁신을 전폭적으로 조장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딥시크와 같은 국제적 이슈를 단선적으로 바라보지 말고 복합적 요소를 고려한 다면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언론이 한국의 AI 정책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평형수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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