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그록3’ 개봉박두… 챗GPT·딥시크 제치고 ‘최강 추론 챗봇’ 등극할까
||2025.02.17
||2025.02.17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인공지능(AI) 기업 xAI가 차세대 챗봇 ‘그록3’를 이달 17일(현지시각) 공개한다. 머스크 CEO는 “그록3가 현존하는 챗봇 중 가장 뛰어난 추론 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했다. 오픈AI, 딥시크 등 경쟁자들이 속속 차세대 AI 모델을 선보이는 가운데, 그록3가 시장의 판도를 뒤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머스크 “지구에서 가장 똑똑한 AI”
17일 업계에 따르면 AI 시장에서 오픈AI, 구글, 딥시크, 메타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과 오픈소스 기반 모델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그록3가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머스크 CEO는 지난 16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그록3 배포가 라이브 시연과 함께 진행된다”며 “지구에서 가장 똑똑한 AI로, 우리가 테스트한 결과, 그록3는 현존하는 어떤 챗봇보다도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고 했다.
그록3는 xAI가 개발한 AI 챗봇으로, 엔비디아 H100 GPU 10만개를 탑재한 콜로서스(Colossus) 슈퍼컴퓨터에서 훈련됐다. H100은 현재 AI 학습에 최적화된 최신 GPU로, FP8(8비트 부동소수점) 기준 최대 60페타플롭스(PFLOPS)의 연산 성능을 제공한다. 이를 이론적으로 계산하면, 그록3의 훈련에는 총 6엑사플롭스(EFLOPS)의 연산량이 동원될 수 있다. 오픈AI GPT-4의 훈련 연산량은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약 1~2엑사플롭스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AI 성능 평가의 핵심 요소인 사실 기반 응답 정확도, 맥락 이해력, 환각(hallucination) 문제 해결 능력 등에 대한 실제 사용자 테스트 결과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그록3가 기존 AI 모델들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오픈AI는 챗GPT를 통해 AI 시장을 선점한 이후, GPT-5를 개발하며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준비 중이다. 최근 오픈AI는 “GPT-5 이후 모든 모델에 고도화된 추론 기능을 탑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는 올해 ‘R1’ 모델을 출시하며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딥시크 R1은 GPT-4o에 근접한 성능을 비교적 적은 비용(약 500만달러)으로 구현했다고 평가받고 있으며, 일부 훈련 기법을 오픈소스로 제공하면서도 학습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는 전략을 택했다.
메타의 라마(Llama) 3.1을 기반으로 한 딥헤르메스(DeepHermes)도 최근 공개되며 AI 추론 경쟁에 가세했다. 딥헤르메스는 특히 고난도 문제 풀이 능력에 집중하며, AI 모델의 논리적 사고력 강화를 목표로 한다.
김명주 AI 안전연구소장은 “그록3는 현존하는 챗봇 중 가장 자유롭게 학습된 AI로 보인다“며 “일반적으로 AI 모델은 비윤리적이거나 품질이 낮은 데이터를 걸러내지만, 머스크는 초기부터 이러한 정보도 학습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그록이 생성하는 이미지나 답변에는 다소 논란이 될 수 있는 요소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사용자들이 예상치 못한 반응을 접할 수도 있어 윤리적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그록, ‘X 전용’에서 벗어나 개방형 AI로 확장?
그록은 기존 X(옛 트위터) 플랫폼 전용 서비스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iOS·안드로이드 앱을 출시하며 개방형 AI로 전환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그록2 버전은 현재 iOS 독립 앱으로 제공되고 있으며, 안드로이드 버전도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등록되어 사전 예약이 진행 중이다. 이는 기존 X 프리미엄 전용 서비스에서 벗어나, 더 개방된 AI 서비스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AI 시장 강자들과의 경쟁에서 입지를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챗GPT, 클로드(Claude), 제미니(Gemini) 등 다른 챗봇 서비스들이 웹, 모바일, API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만큼, 그록3도 보다 개방적인 서비스로 확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xAI가 장기적으로 외부에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제공과 함께 웹 기반 버전을 지원할지 공식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기존 AI 모델들이 웹, 모바일, API 등을 통해 폭넓은 접근성을 제공하는 것과 비교하면, 그록3가 얼마나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그록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딥시크처럼 아예 AI 추론 모델을 중심으로 가거나, 오픈AI처럼 멀티모달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단순한 챗봇 업그레이드에 불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AI 시장 경쟁이 너무 복잡해지면서 xAI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머스크가 가지고 있는 X, 뉴럴링크, 스페이스X 같은 다른 사업들과 연계해 AI를 활용하려는 전략이지만, 경쟁이 심화되면서 보다 개방적인 생태계를 구축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