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떠난 K영화, 넷플릭스로 ‘쏙쏙’… 사라진 '홀드백'
||2025.02.04
||2025.02.04
최근 영화산업은 극심한 양극화를 보인다.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가는 이가 줄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천만영화는 나오지만 그 아래가 문제다. 영화관에 갈 만한 이유가 없다면 조금만 기다리면 넷플릭스 등 OTT에서 볼 수 있다. 영화관과 영화산업을 살리자고 문화체육관광부가 도입하려 했던 의무상영기간 제도 ‘홀드백’은 이런 상황에서 논의가 중단됐다. 당장 손익분기를 넘는 게 중요해 의무상영기간을 얼마나 유지해야 할지도 합의를 하지 못해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2023년부터 영화계, 영화진흥위원회와 홀드백 도입 논의를 진행했지만 구체적인 기간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논의가 중단됐다. 홀드백은 영화관에서 먼저 개봉한 영화를 일정 기간 IPTV 등 유료방송과 OTT에서 공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홀드백이 1개월일 경우 1월 1일에 영화관에서 내려간 영화는 2월 1일 이후에나 넷플릭스 같은 곳에서 볼 수 있게 된다.
홀드백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영화에 투자하는 모태펀드 출자사업 공고에 포함시키려던 조건이다. 정부 투자를 받는다면 일정 기간 영화관에서 상영해야만 한다는 식이다. 하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다.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가 손익분기점을 넘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홀드백을 준수해야 한다는 조건은 모태펀드 출자사업 공고에서도 빠졌다.
실제 송강호 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 ‘1승’은 12월 4일 극장에서 개봉한 지 20일 만에 IPTV와 OTT에서 공개됐다. 1승의 손익분기점은 180만명으로 알려졌지만 누적 관객 수는 32만명에 불과했다. ‘보고타’는 지난해 12월 31일 개봉했지만 2월 3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보고타는 누적 관객이 42만명에 불과해 주연을 맡은 송중기 배우가 한 행사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정부가 홀드백을 도입하기도 전에 좌초된 배경은 영화산업의 양극화로 분석된다. 영화진흥위원회 2024년 12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한 누적 관객 수는 1억2313만명이다. 이는 2023년보다 1.6%(201만명) 줄었든 수치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누적 관객 수 2억2098만명과 비교하면 55.7%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지난해 한국영화는 전년 대비 누적 관객 수가 17.6% 증가해 좋아 보이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파묘, 범죄도시4, 파일럿, 베테랑2 등의 영화가 선전한 결과다. 파묘와 범죄도시4는 지난해 둘 뿐인 천만 영화다. 이렇게 두 편의 천만 영화가 나왔어도 결국 1년 누적 관객은 줄었다. 다른 영화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영화 소비자가 영화관에 가서 볼만한 영화가 부족했다는 의미다. 영화관에서 특정 영화를 오래 상영한들 소비자가 보지 않으면 홀드백을 도입해 봐야 손실만 더 커진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모태펀드에 홀드백 도입을 염두하고 지난해 논의를 진행했는데 이해관계자 논의 과정에서 의무상영기간 같은 사항이 합의되지 않아 결국 모태펀드에 조건을 부과할 수 없었다”며 “같은 배급사라도 영화마다 홀드백 관련 의견이 다를 정도로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현재는 지난해 논의가 중단된 시점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