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인텔 ‘매각설’… 실현 가능성은
||2025.01.21
||2025.01.21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매각설이 다시 점화하면서 주가가 9% 이상 급등했다. 전통의 반도체 강자로 군림해오다 텃밭인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서의 입지마저 위태로운 가운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 대규모 적자를 내는 등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상황이다. 다만, 시가총액이 927억달러(약 133조5800억원)에 달하는 인텔의 몸값을 감당할 인수 후보자가 있을지, 미 반독점법과 반도체 지원법 등 제약을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각) 인텔의 주가는 하루 만에 9.25% 올랐다. CNBC는 “글로벌파운드리 등이 인텔에 대한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텔 주가가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미국 글로벌 파운드리, 퀄컴 등이 인수 후보자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 반도체 전문 매체 세미어큐레이트는 지난 17일 인텔을 인수하려는 기업이 있다고 보도해 논란을 일으켰다. 세미어큐레이트는 “약 2개월 전 특정 기업의 고위 임원진 사이에서 오간 이메일 제보를 통해 해당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보도의 잠재 인수자를 두고 일론 머스크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훌쩍 웃도는 인텔을 인수할 수 있는 자금력과 추진력을 갖춘 인물은 미국 현지에서 일론 머스크 외에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IT 전문 매체 등은 씨티그룹의 분석을 인용해 첨단 반도체 공정과 인텔의 사업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경영진의 개입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인수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미 정부 고위 관료들이 인텔과 글로벌파운드리 간 인수 거래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미 국방부와 거래하고 있는 만큼 미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의 집중 지원을 받고 있는 인텔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신뢰할 수 있다는 점이 배경으로 꼽혔다. 인텔도 지난해 9월 군사·정보용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35억달러 규모의 국방부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파운드리의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약 5% 정도로 5위를 차지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글로벌파운드리 지분의 약 80%를 아부다비 정부의 투자 부문이 소유하고 있다”며 “레거시(구형) 공정이 아닌 첨단 공정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스테이시 래시곤 번스타인 리서치 반도체 연구원도 “글로벌파운드리가 인텔을 인수할 수 있는 충분한 현금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미 반독점법도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퀄컴은 인텔 인수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미 정부의 반독점 심사 등이 영향을 미쳐 인수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일부 사업부라도 인수 가능성이 컸던 퀄컴마저도 미국의 복잡한 반독점법 규제에 손을 뗀 상황”이라며 “현금이 있더라도 인텔 인수에 눈독을 들일 만한 반도체 기업은 규제의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말 인텔이 최근 미 상무부와 체결한 반도체 법도 변수다. 108억달러(약 15조843억원) 규모 반도체 법의 보조금 수령으로 인수·매각 등을 제한하는 조건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인텔은 미 반도체 지원법의 핵심 기업이라고 평가될 만큼 미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며 “인수 과정에서 미 정부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어 이를 뚫고 매각이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