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뜯어보기] “공모가 할인율 최대 43%” 대진첨단소재 전기차 캐즘 뚫을까
||2025.01.21
||2025.01.21
이 기사는 2025년 1월 21일 9시 44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하는 이차전지 소재 전문기업 대진첨단소재가 기업공개(IPO) 몸값 눈높이를 크게 낮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이미 2400억원 가까운 몸값을 인정받았음에도 상장 후 시가총액으로 2000억원 이하를 꺼내 들었다.
배터리 산업 성장 둔화 우려에 증시 입성을 최우선 목표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공모주 투자 심리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재무적 투자자(FI) 보유 지분마저 많아 수요예측 흥행을 낙관할 수는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진첨단소재는 내달 11~17일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예정했다. 오는 22일부터 수요예측에 나선다는 방침이었지만, 전날 상장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정정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일정을 연기했다.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22일 시작한 수요예측 일정이 2월 3일까지 늘어진다는 점을 우려해 순연을 택했다. 대진첨단소재는 수요예측 종료 3일 만인 2월 20일부터 일반 투자자 청약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계획대로라면 2월 내, 늦어도 3월 초엔 상장한다.
대진첨단소재는 배터리셀 화재 방지에 필수적인 대전방지 부품이 주력으로 2019년 1월 설립됐다. 특히 2021년 LG에너지솔루션과 북미에 동반 진출하면서 가파른 외형 성장을 이뤘다. 2023년 매출은 646억원으로 설립 첫해 대비 9배로 늘었다.
회사는 상장 공모 자금을 미국 공장 증설에 투자, 또 한번의 성장을 이룬다는 목표다. 총 300만주를 1만900원에서 1만3000원 사이에서 공모, 최대 390억원을 신규 자금으로 유치할 계획이다. 이 중 93% 이상을 미국 공장 증설에 배정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몸값이다. 희망 공모가 범위(1만900~1만3000원) 상단 기준 상장 후 시가총액으로 1923억원을 제시했다. 지난해 4월 대진첨단소재가 전환사채 발행 당시 책정된 몸값이 2400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하향 조정됐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주관사와 올해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추정치 103억원에 비교기업 EV(기업가치)/EBITDA 멀티플 31.54배를 적용해 평가 시총으로 3169억원 몸값을 도출했다. 다만 이후 32.29% 넘는 할인율을 적용했다.
희망 공모가 범위 하단 기준 몸값은 1613억원으로 평가 시총 대비 43.23% 할인율이 적용됐다. 최근 1년 동안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한 일반 상장법인의 평균 할인율(33.79~21.52%)과 비교해 상하단 모두에서 10%포인트 조정한 셈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대진첨단소재는 몸값을 일부 낮추는 대신 일단 상장 후 공모자금을 활용한 성장 기반 마련에 우선순위를 둔 것 같다”면서 “테네시 2공장과 조지아 3공장을 증설해 고객사 확장도 추진하려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다만 수요예측 흥행에는 물음표가 붙었다. 전기차 캐즘에 따른 배터리 산업의 성장 둔화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대진첨단소재만 해도 2021년 107%를 넘었던 매출 증가율이 2023년 20%대로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12.39%에서 1.53%로 하락했다.
지난해 4분기 들어 급격히 위축된 공모주 투자 심리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대진첨단소재의 상장 후 오버행(대규모 물량 출회) 우려도 적지 않다. 투자금을 활용한 성장을 지속한 탓에 FI가 보유한 지분이 49%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대진첨단소재의 유통가능 주식 현황을 보면 FI들 보유 물량의 80% 이상이 상장 후 1개월 도래 시점에 풀린다. 50%에 육박하는 이들 지분을 어느 주체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경영권 변동이 생길 수도 있는 구조라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주관사도 이 부분을 우려하고 있다. 주관사는 증권신고서에서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한 적절한 수준의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썼다. 창업자 유성준 대표의 상장 후 보유 주식은 390만1244주, 지분율로는 26.37%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