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LG에 두산까지… 중복상장 비판 피하려 해외 상장 꼼수
||2025.01.21
||2025.01.21
이 기사는 2025년 1월 19일 11시 00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현대차와 LG전자에 이어 두산그룹까지 자회사의 해외 상장 추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업들이 모자회사 중복 상장 논란을 피하고자 ‘꼼수’를 꺼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자회사나 별도 법인을 해외에 상장하더라도 모회사 주주들의 지분 가치 훼손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19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의 손자회사 두산스코다파워는 체코 증시에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15일 상장의사발표(ITF)를 진행했고, 오는 27일 구체적인 일정을 발표할 계획이다. 지분의 21.5~26.5%를 공모하고, 이 중 5~10%는 신주 발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스코다파워는 지난 2009년 두산이 체코 현지 기업 스코다파워를 4억5000만유로(당시 약 8000억원)에 인수해 두산에너빌리티 손자회사로 편입한 발전설비 전문업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앞서 두산스코다파워에 발전기 기술을 이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두산스코다파워는 2029년부터 소형 모듈원자로(SMR), 복합화력 등 발전소용 발전기 생산이 가능해진다.
두산스코다파워의 체코 증시 상장을 두고 또다시 중복 상장 논란이 일고 있다. 해외 상장의 경우 국내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절차가 없어 금융감독원이나 한국거래소 등 감독 당국의 감시망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그룹뿐만 아니라 현대차가 인도법인을 상장시켰고, LG전자도 인도법인 상장을 준비 중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지에서 기업공개(IPO)를 진행할 경우, 현지 법에 따라 절차를 밟지 금감원에 별도로 얘기하진 않는다”며 “금감원 입장에서 증권신고서가 제출되지 않는 사안까지 검토하거나 제재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해외 법인의 기업가치 상승이 결국 모기업 주가도 끌어올릴 것이란 의견도 있지만, 공모 자금이 유입되면 자회사에 대한 모회사 지분율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인도법인 전체 지분율의 17.5%포인트(P)가 줄었고, LG전자도 15%P가 감소할 전망이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해외 법인 상장은 사업부 물적 분할 후 상장과는 달라 모자회사 중복 상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두산 측 해명처럼 사업부 물적 분할 후 동일 증시 상장과 해외 법인의 해외 상장은 형식적으로 다르다. 하지만 모회사 가치가 훼손된다는 점은 같다. 모자회사 간 이해충돌 우려도 있다. 모회사엔 득이 되는 판단이 자회사엔 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법인이 벌고 남은 돈을 배당에 쓸지, 재투자에 쓸지 같은 판단이 대표적이다.
중복 상장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이런 행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두산-두산로보틱스, LG화학-LG에너지솔루션이 대표적이다. 최근 LG그룹 아래 LG CNS와, DN그룹의 DN솔루션즈(옛 두산공작기계)도 상장을 앞두고 있다. 그나마 이 회사들은 금융당국의 감시 아래 있지만, 해외법인 상장은 이마저도 피해 간다.
논란에 휩싸인 기업들은 “중복 상장이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이현규 LG CNS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9일 열린 LG CNS IPO 간담회에서 “LG에서 물적분할 된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중복상장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 주식 가치가 저평가된 상황에서 해외 자회사 상장으로 그 가치를 재평가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은 “사측에선 중복 상장 여부를 법이나 형식적으로 따져 입장을 내놓고 있는데, ‘모회사 디스카운트’는 투자자와 시장이 판단하는 것”이라며 “자회사 구주 매출을 모회사 주주를 위해 쓰겠다는 것은 선언에 불과하다. 동시 상장은 결국 모회사 가치가 자회사 가치로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