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앞에 바짝 엎드린 빅테크…韓, 경쟁력 격차 심화 우려 [트럼프 취임]
||2025.01.20
||2025.01.2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각)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아마존, 애플, 구글, 메타 등 빅테크가 트럼프 당선인의 눈에 들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다. 자칫 밉보이면 ‘미국 우선주의(MAGA)’의 혜택은 커녕 트럼프 2.0 정부의 규제 칼날이 자신을 향할 수 있어서다. 한국 ICT업계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으로 미국 빅테크와 경쟁력 격차가 더 심화되는 것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MAGA 보호 필요한 빅테크 '몸부림'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메타,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에게 사실상 투항을 선언했다. 각종 정책을 폐기하고 선물 공세를 펼쳤다.
메타는 납작 엎드린 대표적인 빅테크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트럼프 당선인과 충돌한 전적이 있어서다.
일례로 트럼프 당선인과 저커버그 CEO의 관계는 트럼프 당선인이 틱톡 관련 입장을 바꿀 정도로 좋지 않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2020년 대통령 시절 미국 국가안보를 이유로 틱톡의 미국 서비스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는 메타와 경쟁하려면 틱톡이 필요하다고 말을 바꿨다. 눈 밖에 나면 자국기업이라도 보호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 모양새다.
앞서 저커버그 CEO는 2020년 의회 난입 소동 이후 트럼프 당선인의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2021년 자신의 회사를 통해 SNS ‘트루스 소셜’을 개발하고 운영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트럼프 당선인을 비롯한 미국 보수진영은 빅테크 SNS 플랫폼이 콘텐츠를 검열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비판해왔다.
메타가 2016년 도입한 팩트체크 기능은 트럼프 당선인을 비롯한 보수진영으로부터 ‘검열’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메타는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에서 이긴 후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게시글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팩트체크 기능도 폐지했다. 임직원 채용 등에 적용하던 다양성 정책(DEI)도 폐기했다. 다양성 정책은 할당제처럼 소수인종·성별 등을 배려하고 포용해야 한다는 정책이다.
취임식에 100만달러씩 기부하며 선물공세
이런 상황은 트럼프 당선인이 1기 정부를 이끄는 대통령 시절 정책을 거래에 활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며 예측하기 어려운 행보를 보인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결과적으로 미국 빅테크는 트럼프 당선인 눈에 들어야만 한다. 여러 빅테크 총수가 트럼프 당선인이 비판해 온 각종 정책을 폐지하고 취임식에 100만달러(약 15억원)를 기부하는 등 바짝 엎드린 이유다.
실제 지난해 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에 100만달러(약 15억원)를 기부했다. 메타는 공화당 정책 담당 임원을 글로벌 업무 책임자로 승진시키고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을 이사회에 영입했다.
마크 저커버그 CEO는 스스로 “메타가 그동안 너무 많은 실수와 지나친 검열을 했다”고 말할 정도로 숙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저커버그 CEO의 발표와 발언을 ‘매우 인상적(very impressive)’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빅테크도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 샘 올트만 오픈AI CEO와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팀 쿡 애플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역시 취임식에 100만달러를 기부했다. 아마존은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삶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 우선주의에 韓 ICT 업계 긴장
증권가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면 전임 바이든 정부보다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고 본다. 특히 AI, 소프트웨어(SW) 등 빅테크가 장악한 ICT 분야는 대표적인 미국 우선주의 정책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이미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 빅테크에 AI 개발 관련 규제 완화만 추가돼도 AI 기술패권을 미국이 쥘 수 있는 셈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정부에서 추진하던 구글 기업분할·해체에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문제는 국내 상황이다. 미국 기업을 제재했다가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맞춘 관세 폭탄 등의 유무형 보복이 돌아올 수 있다는 이유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 정책은 이런 보복관세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은 정책으로 꼽힌다. 해당 정책의 규제 대상은 미국의 구글·애플과 한국의 네이버·카카오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디지털경제연구원은 이슈페이퍼에서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 정책이 미국의 강도 높은 통상 압력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봤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보복 관세 같은 구체적인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또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와 규제 완화 기조에 따라 기업 경쟁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큰 반면 한국은 규제를 강화하는 기조여서 양국 기업 간 경쟁력 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