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최고점 찍은 SK하이닉스, 올해는 D램·낸드 부진에 ‘발목’
||2025.01.17
||2025.01.17
지난해 4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SK하이닉스가 올해 상반기에는 범용 D램, 낸드플래시 수요 부진으로 고공행진에 브레이크가 걸릴 전망이다. 올해 1분기부터는 최신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인 5세대 HBM(HBM3E) 매출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전망이지만, D램 가격 하락과 변동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올해 1분기부터는 실적이 하향세에 접어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 매출 20조원, 영업이익 8조원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D램 사업에서만 7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D램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지난해 3분기 30% 수준에서 40%로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SK하이닉스는 유례없는 시장 침체를 겪은 2023년에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HBM, 고용량 DDR5 모듈, 기업용 SSD(eSSD) 수요 증가로 삼성전자보다 빠르게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 2023년 4분기 34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1분기 2조8860억원, 2분기 5조4685억원, 3분기 7조300억원 등 흑자 규모를 늘렸으며 4분기에는 약 8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으로 사상 최대치 경신이 예상된다.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고성능 HBM 공급망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결국 HBM 사업이 두 회사의 희비를 가른 셈이다.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3조원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가 약 2조원대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메모리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4조~5조원대로 추정된다.
다만 SK하이닉스 역시 여전히 전체 매출에서 비중이 높은 D램 사업의 출혈이 전반적인 하락세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최신 제품인 서버용 DDR5 가격이 3∼8% 상승했던 것과 달리 올해 1분기에는 3∼8%가량 떨어질 전망이다. 서버용 DDR5는 D램 사업에서 가장 이익률이 높은 품목이다. 같은 기간 서버용 DDR4의 가격 하락 폭도 8∼13%에서 10∼15%로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PC와 모바일, 소비자용 D램은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트렌드포스는 설명했다.
트렌드포스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서버용 제품은 계절적 수요 약세로 DDR5와 DDR4 가격이 모두 약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제조업체들이 상당량의 DDR4 생산능력을 DDR5로 전환했고, 일부 HBM 생산능력이 DDR5로 전환되면서 DDR5 공급도 더욱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지난해 엔비디아에 공급을 목표로 했던 HBM3E 납품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발언 이후 공급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제기되기 시작됐다. 설상가상으로 범용 D램, 낸드 한파까지 겹쳤고, 파운드리 사업 적자 해소도 마땅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경우 최첨단 HBM 시장에서 입지가 견고하기 때문에 올 2분기부터는 다시 성장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작년 4분기보다 올해 1분기에 실적이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며 “HBM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경우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 중국발 물량 공세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