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사도, 신규 업체도 사업 포기하는 알뜰폰… 정부 대책은 ‘속 빈 강정’
||2025.01.17
||2025.01.17
최근 회장사부터 1년 미만 신규 사업자까지 업황 악화로 알뜰폰업계를 떠나고 있다. 고사 위기에 빠진 알뜰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이달 지원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을 두고 업계 안팎에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오파스모바일(오파스넷)’이 작년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알뜰폰 사업 종료 신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2월 알뜰폰 사업에 뛰어든지 약 10개월 만에 폐업을 결정한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5월 가입자 수 3300명을 넘겼지만, 사업 종료 시점인 같은 해 12월 1700명대까지 가입자 수가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황 악화로 알뜰폰 업체 여유모바일도 지난해 12월 말 사업을 종료했고, 한국알뜰통신사업자연합회 회장사인 세종텔레콤 마저 지난달 알뜰폰 사업 매각을 공식화했다.
알뜰폰 업체들이 잇따라 사업을 접는 건 업황이 좀처럼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는 그동안 면제됐던 전파사용료 납부가 시작되는 데다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의무화 등 비용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작년부터 시작된 ‘전환지원금(번호이동 가입자에게 별도 지원금 제공)’ 제도 여파로 알뜰폰에서 이동통신사로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작년 알뜰폰에서 이통 3사로의 이탈 가입 건수는 63만2119건으로 전년 대비 45.4%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지난 15일 알뜰폰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 대책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이동통신사의 종량제(형) 도매대가(망사용료)를 1MB당 1.29원에서 0.82원으로 36%가량 낮추고, 연간 5만TB(테라바이트) 이상 대량의 데이터를 이통사로부터 선구매하는 알뜰폰 업체에 25%의 종량제 도매대가 추가 할인을 해주는 것이다.
정액제 도매대가의 경우 알뜰폰 업체가 이통사와 동일한 구성의 요금제 상품을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재판매하고, 정해진 요금의 일정 비율이 도매대가로 정해져 있다. 반면 종량제 도매대가는 알뜰폰 업체가 자체적으로 요금제를 구성하고, 가입자가 사용한 양을 계산해 도매대가를 사후 정산한다. 정액제 방식은 이통사와 계약 당시 정해진 도매대가만 지급하면 되지만, 종량제 방식은 알뜰폰 가입자가 데이터를 많이 쓸수록 이통사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난다.
일각에선 정부 대책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회의론이 일고 있다. 대부분의 알뜰폰 업체가 이통사에 정액제 도매대가를 내고 요금제를 판매하고 있어서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수익성 문제 때문에 종량제 방식의 도매대가를 내는 알뜰폰업체는 10%도 채 안 된다”며 “알뜰폰 업체 대다수가 정액제 도매대가를 내고 있는데 정부는 계속 종량제 도매대가 인하에만 집중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했다.
이통사와의 직전 도매대가 협상은 2022년 12월 있었는데, 당시에도 정부는 종량제 도매대가를 낮추는 데 집중했다. 당시 종량제 도매대가를 1MB당 1.61원에서 1.29원으로 20%가량 인하한 반면, 정액제 도매대가의 경우 이통사와의 수익 배분 비율을 기존 62%에서 60%로 2%포인트(P) 낮추는데 그쳤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종량제 도매대가가 2020년 1MB당 2.28원에서 2022년부터 1.29원으로 약 43% 떨어졌지만, 알뜰폰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2020년 1만421원에서 2023년 1만6008원까지 7.1% 올랐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ARPU 상승을 통해 알뜰폰업계 요금이 내려가지 않았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고, 종량제 도매대가 인하로는 알뜰폰 요금을 낮추는 데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라고 했다.
정부가 발표한 대량 데이터 선구매 할인 정책에 대해서도 중소 알뜰폰 업체는 혜택을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통사 자회사 등 알뜰폰 상위 사업자의 연간 데이터 사용량이 고작 1만~2만TB 수준이라 도매대가 추가 인하를 받을 수 있는 사업자가 당장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이통사 알뜰폰 자회사를 제외하곤 이 정도의 데이터를 선구매할 수 있는 업체는 없다고 봐야 한다”며 “이통사 자회사들도 작년에 5만TB 이상 데이터를 사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을 발표해 시장 혼란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이번 대책은 핵심이 누락된 ‘속 빈 강정’에 비유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