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두고 엇갈린 파운드리 셈법… 거리두는 TSMC, 밀착하는 삼성전자
||2025.01.15
||2025.01.15
TSMC가 중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과의 거래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는 중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첨단 공정뿐만 아니라 성숙 공정마저 수주가 부진해 수익성이 악화되자,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및 업계에 따르면, TSMC는 화웨이와 연계된 것으로 파악된 파워에어 등과의 거래를 차단했다. TSMC는 화웨이의 우회 수출 경로로 판단된 중국 팹리스 2곳과 거래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중국 고객사 확보를 위한 디자인하우스 파트너사를 확대하고, 현지 반도체 행사에서 파운드리 로드맵을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TSMC는 자신들이 제조한 반도체가 미국의 규제 대상에 포함돼 있는 화웨이에 우회 수출된 ‘화웨이 사태’ 이후 중국 팹리스 기업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 정부의 눈치를 살피는 모양새다. TSMC는 7㎚ 이하 공정을 중국 기업에 제공하는 것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을 뿐만 아니라, 미국 애리조나 공장 완공식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로 미뤘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TSMC는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대만을 지키고 있다는 인식이 자국 내에서 팽배한 만큼 우방 국가인 미국의 정책 방향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안보의 관점이 아니더라도, 주요 고객사들이 미국 빅테크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업적인 실익을 위해서라도 미국 정부의 움직임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TSMC를 뒤쫓고 있는 삼성전자는 중국 고객사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3㎚ 이하 최첨단 공정 외에 4㎚를 포함한 성숙 공정 가동률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해당 공정은 삼성전자가 수율 확보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3㎚ 이하 최첨단 공정과 달리, 안정적인 수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침체 등의 여파로 고객사 주문이 저조해 일부 생산라인 가동률이 50%를 밑돌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개별 기업들의 물량이 글로벌 빅테크 만큼 많지는 않지만, 생산을 원하는 기업의 숫자가 훨씬 많다”며 “미국의 규제가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지만, TSMC와의 첨단 공정 경쟁에서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어 당장 먹고살 곳은 중국이라는 생각”이라고 했다.
TSMC가 중국 기업과 거리를 두고 있는 가운데, 중국 최대 파운드리 SMIC마저도 7㎚ 이하 공정 기술력을 아직 확보하지 못하면서 삼성 파운드리에 문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파운드리 기업인 SMIC와 화홍반도체 등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장비 규제로 7㎚ 이하 파운드리 공정에 필수로 꼽히는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구비하지 못하면서 관련 공정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삼성 파운드리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문의가 꾸준히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아직까지 유의미한 수준의 대량 수주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중국 팹리스도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산업 정책의 변화 동향을 살피는 눈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