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식 AI 개발? 우린 달랐다” [AI 2025]
||2025.01.08
||2025.01.08
산업별 맞춤형 AI 솔루션이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비정형 데이터 분석 분야에서는 도메인 특화 모델의 중요성이 한층 강조되고 있다.
뉴엔에이아이(뉴엔AI)는 외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의 도메인 특화 모델 성능을 높여주는 데 기여하고 있는 기업이다. 3억 개의 말뭉치와 3000만 건의 라벨링 데이터를 기반으로 900여 개의 산업군별 특화 모델을 구축한 뉴엔AI는 빅데이터 분석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20여 년 간의 데이터 분석 경험을 바탕으로 신뢰도를 쌓아가고 있는 뉴엔AI의 배성환 대표를 만나 기술 혁신과 산업 전문성의 결합이 만들어낸 성공 방정식을 들어봤다.
디지털 전환 시대를 관통한 20년의 혁신 여정
뉴엔AI의 성장 궤적은 한국 디지털 전환의 압축적 진화 과정을 보여준다. 2004년 인터넷 미디어 태동기와 인터넷 언론이 등장하면서 기업들의 온라인 모니터링 수요가 급증했다. 뉴엔AI는 이러한 시장 변화를 선제적으로 포착했다.
배성환 대표는 “처음에는 기업 관련 기사를 키워드로 검색해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위기관리 시스템’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언론사가 많지 않아 10분 내로 검색이 가능했다. 기업의 위기를 10분 내에 포착하겠다는 것이 핵심 가치제안이었다”고 회상했다.
2005~2006년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소셜미디어가 활성화되면서 데이터 환경은 급격히 변화했다. 배성환 대표는 “홍보실 중심이던 수요가 고객서비스(CS) 부서, 고객지원센터 등으로 확대됐다. 과거에는 언론보도가 여론을 주도했지만 개인 미디어의 등장으로 오히려 소셜미디어의 이슈가 언론보도로 이어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에 맞춰 위기관리 시스템도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2010년 이후 트위터를 비롯한 SNS의 폭발적 성장으로 데이터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자 뉴엔AI는 빅데이터 분석 기업으로 전환했다. 2020년대 들어서는 AI 기술을 전면적으로 도입해 자동화된 분석 역량을 확보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기술 혁신이 항상 실제 시장의 니즈에 기반했다는 것이다.
구어체 비정형 데이터 분석의 기술적 혁신
뉴엔AI의 핵심 경쟁력은 구어체 비정형 텍스트 분석에 특화된 ‘퀘타 LLMs’에 있다. 자체 구축한 빅데이터에서 추출한 3억 개의 말뭉치를 학습했으며 900여 개 산업군별 특화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3000만 건의 라벨링 데이터를 확보했다.
배성환 대표는 “한국어는 띄어쓰기나 오타로 인한 변형이 많은 언어다. 한국인만 이해할 수 있는, 띄어쓰기가 전혀 되어있지 않고 오타로만 이뤄진 리뷰글을 정확하게 분석하려면 띄어쓰기 보정, 오탈자 보정 등 6가지 기술이 순차적으로 적용돼야 한다. 여기에 산업별 특수 용어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뉴엔AI는 산업별 특화 용어 처리에서 독보적인 강점을 보인다. ‘발림성이 좋다’와 같은 화장품 업계 용어나 자동차 업계의 ‘녹 발생’ 같은 전문 용어들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며 분석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도메인별 맞춤형 접근은 900여 개의 산업군별 특화 모델로 구현됐다.
고객 중심의 차별화된 비즈니스 전략
뉴엔AI의 비즈니스 모델은 현재 AI 시장의 주류와는 차별화된다. 대다수 AI 스타트업들이 선개발 후시장 진입 전략을 취하는 반면 뉴엔AI는 실제 고객의 요구사항을 바탕으로 솔루션을 발전시켜왔다.
배성환 대표는 “많은 AI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기술로 모델을 만들어 시장에 던지고 미래 가치를 기반으로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90% 이상이 적자 상태다. 반면 우리는 고객의 실제 니즈에 기반해 솔루션을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왔다. 그 결과 20년간 매년 20%의 매출 성장과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뉴엔AI는 엔터프라이즈형 서비스와 저가형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배성환 대표는 “대기업은 구매 부서별로 맞춤형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제공하고 중소기업을 위해서는 공통 기능을 담은 저가형 ‘퀘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기업 내 AI센터나 데이터센터를 위한 ‘퀘타 데이터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신뢰하는 이유: 기술력과 파트너십
주요 대기업들이 20년 가까이 뉴엔AI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도메인 특화된 기술력이다. 배성환 대표는 “AI와 빅데이터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각 산업의 특성과 목표에 맞춘 맞춤형 솔루션으로 제공한다. 특히 외부 데이터에 특화된 우리의 기술력은 내부 데이터 분석에 치중된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둘째는 협력적 파트너십이다. 배성환 대표는 “기술 제공에 그치지 않고 고객사의 비즈니스 문제를 깊이 이해하고 해결하는 파트너가 되고자 한다. 프로젝트 초기부터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구체적인 니즈를 파악하고 실행 가능한 솔루션을 제시한다. 그 결과 고객사의 75% 이상이 장기 고객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도약을 위한 미래 전략
2025년 상장을 준비 중인 뉴엔AI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배성환 대표는 “미국, 중동,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과거에는 언어의 장벽이 컸지만 이제 AI 기술의 발전으로 다국어 처리가 수월해졌다. 이미 검증된 분석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서비스 개발도 활발하다. 배성환 대표는 “보험 사기 탐지 시스템이나 K-뷰티 트렌드 분석 등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주요 기업들과의 프로젝트를 통해 검증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더 많은 산업 분야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