뺏고 뺏기는 상장사 자유수임戰… ‘대어’ 기아와 하나지주는 한영 품으로
||2025.01.07
||2025.01.07
이 기사는 2025년 1월 6일 15시 44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국내 4대 회계법인이 ‘대어’가 많았던 올해 외부감사인 수주 경쟁을 마무리했다. 자산 규모가 87조원에 달하는 기아와 감사보수만 100억원에 육박하는 하나금융지주는 모두 EY한영이 따냈다. 내년엔 자유수임 기업 수가 더 늘어나는 만큼 수주 결과에 따라 이들 회계법인 간 순위가 변동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6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2022 사업연도에 감사인 강제 지정을 받고 올해 자유수임 시장에 풀린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은 30여곳에 달했다. 2019년 신(新) 외부감사법 도입 이후 세 번째 자유수임 물량인데, 4대 회계법인 간 경쟁은 예년보다 유독 치열했다. 작년만 해도 자산 2조원 이상 자유수임 대상 기업은 6곳에 불과했으나 올해 3배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이번 쟁탈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한영이었다. 한영은 ‘대어’로 꼽혔던 기아와 하나금융을 각각 기존 지정 감사인이었던 삼정과 안진으로부터 따냈다. 이외에도 ▲SK가스 ▲SK디스커버리 ▲대상그룹 ▲CJ대한통운 등을 수임했다.
삼정은 기아를 내줬지만 반대로 한영이 맡았던 자산 규모 62조원대인 현대모비스를 수주했다. 또 코스피 시장 시가총액 10위 안에 드는 네이버(NAVER)와 통신 업종 대장주 SK텔레콤 등을 가져왔다. 안진은 금융업종인 삼성증권과 카카오뱅크 등을, 삼일은 삼성물산, 아모레퍼시픽 등을 수임했다.
신 외부감사법에 따르면 금융당국으로부터 감사인을 3년간 지정받은 기업은 다음 6년간 감사인을 자유롭게 선임할 수 있다. 정부가 기업에 회계법인을 배정하는 감사인 지정 기업과 달리 자유수임은 회계법인끼리 경쟁을 벌여 기업의 선택을 받는 구조다. 대형 회계법인 간 실력 다툼이 거세다.
업계에선 감사인 자유수임 경쟁 결과가 업계 순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회계법인 기준 전체 매출에서 감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0% 정도다. 일례로 삼정이 최근 업계 2위를 굳힐 수 있었던 배경도 2년 전 자유수임으로 풀렸던 삼성전자의 감사를 수주한 영향이 컸다. 신 외부감사법 도입 이전엔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그룹의 회계감사를 사실상 삼일PwC가 독점해 왔다. 내년엔 자유수임으로 풀리는 2조원 이상 기업이 100개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이해충돌 우려가 없어야 하기에 감사인 수주와 거래 자문을 놓고 내부에서 부문 간 눈치싸움이 상당했었다”면서도 “지정 감사제 도입 초기만 하더라도 인력 부족 문제가 있었지만, 최근 업계 부진 속 유휴 인력도 많아지면서 자유수임 시장 경쟁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