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지희 오콘 대표 "매년 뽀로로가 극장판으로 등장하는 이유는요" [인터뷰]
||2025.01.02
||2025.01.02
“애니메이션은 제작비가 많이 들어서 내수로는 살아남기가 어렵습니다. 결국 해외로 가야 되는데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는 해외 진출 노하우가 없습니다. 매년 뽀로로 극장판을 내고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이유입니다.”
우지희 오콘 대표는 IT조선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오콘은 2025년 1월 1일 3D 애니메이션 영화 ‘뽀로로 극장판 바닷속 대모험’을 영화관에서 개봉한다. 오콘은 거의 매년 뽀로로 극장판 시리즈를 한 편씩 개봉하고 있다. 2023년 12월 13일 개봉한 ‘뽀로로 극장판 슈퍼스타 대모험’은 북미 영화 배급사 JBG픽처스USA를 통해 북미 현지 영화관에도 동시 개봉했다.
국산 애니메이션 영화 '해외 진출 경험'의 절대적 필요성
오콘의 이 같은 시도는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의 한계로는 성인 타깃 애니메이션 부족과 해외 시장 개척이 어렵다는 점이 꼽힌다. 오콘은 실제 매년 뽀로로 극장판 개봉을 목표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해외 진출을 병행한다. 해외 진출을 어떻게든 해봐야 어디에 어떻게 진출해야 할 수 있는지 경험을 쌓을 수 있어서다.
실제 2023년 ‘뽀로로 극장판 슈퍼스타 대모험’의 미국 진출, 2024년 ‘사랑의 하츄핑’의 중국 진출 등을 제외하면 국산 애니메이션의 해외 진출 사례는 적다. 해외로 진출한 이런 애니메이션도 대부분 아동용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 영화만 진출이 어려운 것이 아니다. 국내 애니메이션은 대체로 자금난을 겪는다. TV 애니메이션도 녹록치 않다. TV 애니메이션은 KBS나 EBS, 투니버스 같은 방송채널에 콘텐츠를 공급하고 대가를 받는데 그 대가는 많아야 제작비 40% 수준으로 알려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도 제작비 절반쯤은 제작사가 대출 등의 방법으로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국내 애니메이션 생태계가 성장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 최근 국내 웹툰·웹소설 IP는 대부분 드라마 등으로 실사 영상화를 하거나 미국·일본에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역수입된다.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의 애니메이션, 게임 ‘블레이드앤소울’의 애니메이션 등은 일본에서 제작됐다. 국내 애니메이션 생태계가 자생력을 잃는다는 건 우리말로 된 애니메이션 볼거리 부족으로 이어지는 문제다.
수요는 있는데 인력·예산 태부족
우지희 오콘 대표는 이 같은 상황은 한국 기업이 애니메이션을 만들 줄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경험과 인력이 부족한 점이 가장 문제라고 봤다. 우 대표는 뽀로로 극장판 개봉을 위해 2년 전부터 기획 작업을 시작한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매니지먼트 인력이다. 제작한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지희 대표는 “국내는 물론 해외도 미국 디즈니, 픽사, 드림웍스와 일본 지브리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신카이 마코토 감독 등 일부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제외하면 애니메이션 영화를 기획해서 글로벌에 개봉하고 비즈니스를 하는 곳이 적다”며 “수백억~수천억원을 들여 만드는 헐리우드 애니메이션과 경쟁하려면 해외 시장에 진출해봐야 하는데 작품이 안 좋아서 못나가는 게 아니라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파트너와 비즈니스를 하는 방법을 잘 몰라서 그렇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2024년 개봉한 ‘사랑의 하츄핑’은 누적 관객 123만9152명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국산 애니메이션의 2012년 이후 12년 만에 누적 관객 100만명을 돌파였다. 하지만 이런 흥행에도 인사이드아웃2(879만), 스즈메의 문단속(557만), 더 퍼스트: 슬램덩크(488만) 등 미국·일본의 성인 타깃 애니메이션만큼의 국내 흥행 성적을 낸 건 아니다. ‘사랑의 하츄핑’은 영화 자체 수익보다 의류·완구 등 티니핑 IP 비즈니스 수익이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지희 대표는 “극장용 애니메이션 한 편을 만들기 위해서는 50억원 정도는 들여야 수준 높은 작품이 나오는데 해외에선 수백억에서 1000억단위 예산이 들어간 작품이 나온다”며 “우리나라도 500억원 들인 애니메이션이라도 한번 만들어 글로벌 진출을 시도해야 시행착오를 겪고 그 데이터를 쌓아 다음을 시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 대표는 이어 “애니메이션 영화는 애니메이션 특성상 만드는 기간도 오래 걸리고 기획부터 상영까지 할 줄 아는 기업도 몇 곳 없다”며 “정작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도 이 작품을 해외에서 판매하고 마케팅할 매니지먼트 인력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국내 애니메이션 수요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이는 인사이드아웃2 등 애니메이션 영화의 국내 흥행 성적에서도 나타난다. 애니메이션 이용빈도도 높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 애니메이션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국내 애니메이션 이용자의 57.6%는 주 1회 이상 애니메이션을 본다. 애니메이션 시청은 주로 OTT를 이용(49.7%)하며 즐겨보는 장르는 SF/판타지/어드벤처(48.1%)다. 이는 만 10~69세 3500명, 만 3~9세 2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다. 수요는 있는데 공급이 부족한 모양새다.
우지희 대표는 “애니메이션 영화 한 편 제작에 2년쯤 걸려도 꾸준히 만들고 개봉해서 해외 진출을 시도해야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재밌는데 왜 해외 개봉은 못할까?’ 같은 의문을 지울 수 있다”며 “누가 가르쳐 주는 이가 없어서 미국에 개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언제 개봉하면 좋은지 같은 경험을 쌓기 위해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 배급사하고 비즈니스 미팅을 해본 국내 애니메이션 기업도 별로 없을 텐데 재능 있는 인력이 애니메이션 업계로 와서 이런 상황을 확 해결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며 “오콘은 그래도 뽀로로가 있어서 이런 걸 시도할 수 있으니 제가 하자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