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국내 상륙… 기대·우려 공존 [결산 2024]
||2024.12.27
||2024.12.27
초기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올해 국내에 정식 입성하면서 치매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옵션이 열렸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알츠하이머 환자가 늘어나는 만큼 이번 신약 도입이 국민 보건의료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일각에서는 부작용과 높은 비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국내에 정식 출시됐다. 올해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의 알츠하이머병 성인 환자의 치료제로 품목허가를 획득한지 6개월 만이다.
레켐비는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뇌 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제거해 병의 진행을 늦추는 기전이다.
알츠하이머 환자 179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레켐비 임상 3상을 보면, 18개월간 2주에 한번 정맥주사로 약물을 투여받은 환자들이 위약(가짜 약)을 투여 받은 대조군에 비해 인지능력 저하가 27% 늦게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레켐비는 아밀로이드를 제거할 뿐 아니라 인지 기능 저하를 지연시켜 근본적인 치료제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증상을 억제시킬 뿐 원인 자체에 대한 치료를 제공하지 못했다.
레켐비는 원인 물질을 제거해 알츠하이머병의 질환 진행과 인지 기능 저하를 지연시키는 효과가 확인돼 2023년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완전 승인받은 최초의 항체 치료제로 등극했다.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90만여명으로 추정되며,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은 치매에 5명 중 1명은 경도인지장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또 전체 치매 중 70%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레켐비의 국내 출시를 통해 알츠하이머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 옵션이 마련됐다. 서울아산병원은 이달 16일부터 레켐비 처방을 시작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처방 대상은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경도인지장애부터 초기 치매 단계의 환자다. 치료 전 인지기능 검사,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이나 뇌척수액을 통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검사,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는 APOE 유전자형 검사를 통해 적합성 평가 후 투약 여부가 결정된다.
약물은 2주마다 정맥 주사 형태로 투여되며, 치료 기간은 총 18개월이다. 질환의 특성상 완치보다는 진행 억제를 목표로 한다.
임재성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레켐비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 큰 전환점을 제시하는 치료제”라며 “서울아산병원은 환자의 안전과 치료 효과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알츠하이머병 관리의 새로운 장을 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레켐비는 부작용 우려도 존재한다. 현재 레켐비는 미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한국에서 허가를 받았지만 유럽과 호주 등에서는 뇌부종과 출혈을 동반하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에 대한 안전성 문제로 허가를 획득하지 못한 상황이다.
실제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자문기관인 유럽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은 지난 7월 레켐비의 승인 거부를 권고했다. 임상 3상에서 투여 대상자 1795명 중 12.6%에서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이 확인됐고 뇌부종과 뇌출혈로 인한 사망자 3명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CHMP는 재심사를 통해 레켐비의 조건부 승인을 권고했다. 그러나 치료를 시작하기 전과 7, 14주차 복용 전 MRI 촬영으로 ARIA 상태를 모니터링 하고 승인 후 안전성 연구를 수행하는 등 추가적인 안전 조치를 요구했다.
높은 가격도 걸림돌이다. 레켐비가 승인 되지 않았던 올해 초 이미 국민동의청원에는 ‘FDA 승인 치매 치료약 레켐비 건강보험 적용 건에 관한 청원’이 올라온 바 있다.
당시 청원인은 “신약 비용이 매년 3000만원~3500만원으로, 이런 상황이면 저 포함 많은 치매 환자들이 고비용으로 인해 혜택 밖으로 밀려 나갈 수밖에 없고, 간절히 고대하던 신약 혜택은 어려워질 것이다”며 “부디 수많은 치매 환자들을 간절한 혜택을 위해 건강보험 적용도 국내 출시와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검토 바란다”고 말했다.
병원마다 비급여 가격은 다를 수 있지만 연간 레켐비 약가는 체중 50㎏ 환자를 기준으로 2000만원 중후반대가 될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레켐비 연간 치료비용은 2만6500달러(3600만원)에 달한다.
이에 대한치매협회 등 환자 단체는 레켐비보다 저렴한 가격에 치매 속도를 늦추는 약이 존재해 부작용 위험을 감수하면서 레켐비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한다.
현재 정부는 레켐비가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의견이 나뉘고 있다. 당국은 허가급여평가 연계대상 품목으로 레켐비를 분류하고 급여 적용 적정성 평가를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레켐비가 현재까지 등장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중 혁신적인 임상 결과를 보였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부작용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고가 치료제라는 점도 많은 환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