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안보 핵심 ‘ARPA-H’ 정식 출범 [결산 2024]
||2024.12.26
||2024.12.26
질병 난제를 극복해 국민 건강을 증진시켜 보건안보 역량을 강화하고자 기획된 한국형 ‘ARPA-H’ 프로젝트가 올해 본격 가동됐다.
암, 알츠하이머 등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질병에 대해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치료를 넘어 예방 단계까지 이끌어내기 위한 범정부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 의료과학 증진이 기대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형 ARPA-H는 올해 7월 본격 가동됐다. 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추진하는 KARPA-H 프로젝트는 그간 추진 단장과 프로젝트 총괄 책임자를 선정하고 연구과제를 선정하기 위한 작업을 착수해 왔다.
ARPA-H(Advanced Research Project Agency for Health)는 미국 DARPA를 벤치마킹해 보건의료 분야 첨단기술혁신을 주도하기 위해 지난해 3월 NIH(미국 국립위생연구소) 산하에 신설된 기관이다.
여기서 ‘DARPA(국방부의 방위고등연구계획국)’는 인터넷, GPS, WWW, mRNA 등 인류 역사에 중대한 기술 발전의 기틀이 된 첨단기술혁신을 주도한 미국 국방성 산하 혁신연구 지원기관이다.
미국 정부는 2022년 한해 ARPA-H에 10억달러(1조3000억원)가 투입, 올해에는 15억달러(2조원)를 투자했으며, 내년에는 25억달러(3조20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ARPA-H 취지는 국민 건강과 삶의 질 영향에 미치는 암, 감염병, 알츠하이머 등 다양한 질병의 예방과 진단·치료를 위해 통상적인 방법이 아닌 혁신 기술을 개발하기 위함으로, 불확실성과 실패 확률이 높지만 성공할 경우 파급효과가 큰 ‘고위험-고보상’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3월 정부 120대 국정 과제 중 하나인 ‘바이오·디지털헬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을 위해 한국형 ARPA-H 추진을 결정했다. 2023년 8월 국무회의 심의를 통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확정했으며, 2024년부터 2032년까지 9년간 1조1628억원의 총사업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KARPA-H 프로젝트는 ▲백신·치료제 주권 확보 ▲암·희귀·난치질환 등 미정복질환 극복 ▲바이오헬스 산업 초격차 기술 확보 ▲초고령사회대응·지속가능한 복지·돌봄체계 구축 ▲필수의료 혁신 등 5대 임무를 수행할 방침이다.
올해 5월 KARPA-H 프로젝트의 5대 임무 중 보건안보, 복지·돌봄 임무를 수행할 프로젝트 관리자(PM) 2명을 우선 채용하고, 각 PM(프로젝트매니저) 주도로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총 3개의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KARPA-H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백신 초장기 비축 기술 개발, 백신 탈집중화 생산시스템 구축, 근감소증 멀티모달(Multi-modal) 치료 기술 개발이다.
우선 백신 초장기 비축 기술개발 프로젝트는 현재 3년 수준인 백신 보관기간을 10년 이상으로 연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백신은 보관기간이 제한적이고 언제 어떤 전염병이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어 사용 시기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백신 보관기간을 수십 년 이상으로 연장한다면 국가 백신 수급·비축 전략과 백신 생산 산업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백신 탈집중화 생산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는 소규모·이동형 백신 생산모듈을 개발·보급해, 백신을 필요한 지역에서 빠르게 개별 생산·공급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소규모·이동형 백신 생산기술은 최근 글로벌 선도 기업이 연구를 추진하고 있어 2~3년 내 초기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이며, 국가 백신주권 강화의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근감소증 멀티모달 치료기술 개발 프로젝트는 노화성 근감소증의 근본적 치료를 위해 근육량 및 근 기능의 복합적 향상이 가능한 치료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이다. 근육량 증가에만 초점이 맞춰졌던 기존의 치료제 개발 방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근육의 양적·질적 기능을 동시에 향상하고자 한다.
근감소증은 노인에서 전신 쇠약, 독립적 생활의 제한, 각종 질환의 발생을 증가시켜 건강수명 단축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므로 초고령사회 대응 방안으로서 치료제와 비약물 치료 등 멀티 모달(물질전달) 기술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당초 올해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예산을 495억원을 책정했으나 올해 10월말까지 해당 예산의 현재는 270억원만 집행됐다. 이는 편성된 예산안의 54.5%만 실제로 연구개발 기관에 투입된 것 실집행액은 65억4900만원에 불과했다.
올해 집행 가능한 예산도 기존 계획안 대비 57.6% 수준인 285억원으로 책정됐다.
이에 복지부 관계자는 “한국형 ARPA-H 사업은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결과 2024년 예산 285억원을 포함해 9년간 총 사업비 1조 1628억원으로 결정됐다”며 “2024년도 10개 과제 선정이 완료돼 연말까지 실집행액은 256억원(90.0%)으로 차질없이 사업을 추진 중이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