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위협 ‘항생제 내성’… 국가적 대응 필요성↑
||2024.12.16
||2024.12.16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으로 어떤 의약품을 써도 치료가 불가능한 ‘슈퍼세균’에 감염된 환자가 급격히 늘면서 국가 보건의료에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각국이 항생제 내성 문제로 고민에 빠지진 가운데 향후 해당 질병으로 전 세계 사망자가 누적 4000만명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까지 등장해 일각에서는 국가적 대응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의료계에 따르면 항생제 내성으로 사망하는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항생제 사용에 대한 대책과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대한 고민이 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항생제 내성을 ‘인류 생존의 10가지 위협’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대, 노르웨이 공중보건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은 지난 9월 국제 저명 의학 학술지 랜싯에 항생제 내성 감염자 수가 급증할 것이란 연구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2025년부터 2050년까지 직접적으로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사망자가 3910만명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간으로 보면 2021년 471만명에서 2050년 822만명으로 75%쯤 증가해 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도 항생제 내성 문제로 인한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올해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 감염증으로 인한 사망 신고는 2017년 37건에서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663건으로 무려 17배가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발생 신고는 2017년 5717건에서 지난해 3만8405건으로 6.7배 늘었다.
카바페넴계 항생제는 현재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항생제로 불린다. 항생제는 세균이 성장하지 못하게 하거나 죽임으로써 인체에 침입한 세균의 감염을 치료한다. 또 통상적인 처치 뿐 아니라 중증 감염 위험을 동반하는 복합 수술을 할 수 있게 하며 암환자들에게는 필수적인 면역억제 치료를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해당 항생제가 듣지 않는 CRE가 국내외에 빠른 속도로 발생하면서 각국 보건의료에 비상이 걸렸다. CRE 감염은 요로감염과 같은 세균감염 질환을 치료할 때 항생제 오남용과 잘못된 처방으로 인한 다제내성균(MDR)에서 기인한다.
특히 한국은 항생제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 국가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그리스(28.1), 칠레(24.7), 튀르키예(24.4)에 이어 네 번째(21.0)로 환자당 항생제 사용량(DDD)이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3차병원 중환자실 내 전향적 감사와 피드백을 통한 항생제 사용 중재 효과’ 연구를 보면, 국내 다기관 연구에서 전체 입원 환자의 50.8%가 항생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인류의 치료제 개발 속도가 항생제 내성을 따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 조원을 투입해 완성한 항생제 신약의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어 제약사가 개발을 포기하는 추세다.
그나마 지난달 미국 식품의야국(FDA)가 프랑스 알레크라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복잡성 요로감염 치료제 ‘엑스블리펩(성분명 세페핌·엔메타조박탐)’을 최종 승인하면서 새로운 치료옵션이 생겼다.
엑스블리펩은 4세대 항생제로 알려진 ‘세페핌’과 베타 락타마제 저해제인 ‘엔메타조박탐’의 복합제다. 엔메타조박탐은 세균이 베타-락탐 구조의 항생제를 분해해 내성으로 발전하는 기전을 원천 차단하는 약물로 알려져있다.
전문가들은 항생제 내성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전국의료관련감시체계(KONIS)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 감기나 독감처럼 항생제가 필요하지 않은 바이러스성 질환에 항생제를 사용하는 경우를 줄이기 위한 국민 인식 변화 운동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너무 많은 항생제를 사용한 탓에 고령층을 대상으로 항생제 내성 문제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항생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과 더불어 항생제 사용량에 대한 감시체계를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