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하던 GLP-1, 알코올 의존증 치료제로 발전하나
||2024.12.15
||2024.12.15
올해 비만 치료제로 각광받으며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이 알코올 의존증 환자에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해당 약물이 알코올 중등도 이상 환자에게 효과를 보이는 동시에 입원 위험, 자살 충동 등도 낮춘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관련 의약품의 적응증 범위가 확대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비만치료제의 주성분인 GLP-1 수용체 작용제(RA)가 알코올 의존증 등 물질 의존장애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연이어 등장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알코올 의존증 치료제는 디설피람, 날트렉손, 아캄프로세이트, 토피라메이트 등 약물이 사용된다. 다만 해당 성분은 강한 부작용으로 사용이 제한적이거나 금주율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못해 의학계에서는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탐색이 지속돼 왔다.
이에 미국 헨리포드헬스 연구소와 플로리다대 의과대학 공동 연구팀은 GLP-1 또는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티드(GIP) 계열 약물 외에 다양한 항비만약물(AOM)이 음주 습관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팀이 비만 치료제를 처음 복용한 환자 1만4053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음주 경험이 있다’고 보고한 7491명 중 3395명(45.3%)이 음주량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참가자들은 메트포르민, 부프로피온, 날트렉손과 같은 약물뿐만 아니라 1세대 GLP-1 RA인 리라글루타이드, 둘라글루타이드 등을 복용하고 있었다. 또 참가자 86.2%는 2세대 GLP-1 RA인 ‘세마글루타이드’와 ‘터제파타이드’를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전세계 비만약 돌풍을 일으킨 비만치료제 위고비와 오젬픽의 주성분이다. 터제파타이드는 위고비 대항마로 불리는 마운자로와 젭바운드의 주성분이다.
특히 참가자 중 중등도 및 과도한 음주 그룹에서 음주량 감소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날트렉손이 음주 욕구를 줄이고, GLP-1 RA가 음식처럼 알코올의 보상 효과를 억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핀란드 쿠오피오 니우반니에미 병원 정신의학과 연구팀도 알코올 의존증에 대한 세마글루타이드와 리라글루타이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스웨덴 국가 환자 등록부 데이터를 사용해 알코올 의존증 장애 판정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GLP-1 계열 처방 여부 등을 확인했다.
성분별 입원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세마글루타이드가 36%로 가장 높았고 이어 리라글루타이드가 28%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세마글루타이드가 자살 위험도를 45% 감소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미국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교 연구진은 체중 감량을 위해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약한 비만환자들이 투약하지 않은 비만환자 대비 1년 후 알코올 사용 장애 재발률이 최대 56%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해당 연구진은 GLP-1 수용체 작용제가 과식 이외에도 과음을 억제할 것이라 예측한 바 있다. 연구진은 8만3825명의 비만 환자들의 전자건강기록을 분석한 결과, 세마글루티드 투약군이 비투약군에 비해 새로운 알코올 사용 장애 또는 재발성 알코올 사용 장애의 발생률이 50%~56%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GLP-1은 각국 연구진을 통해 신장병, 심혈관 질환 등 합병증 발병 위험도를 줄이고, 유방암 환자의 암 재발률도 줄인다는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비만치료제로 각광받는 GLP-1 계열 성분들이 다양한 질병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비만치료 등에 GLP-1 계열 성분이 주목받고 있지만 추후 연구를 통해 새로운 치료제로 거듭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GLP-1 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만큼 관련 국산 신약이 출연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