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차그룹, ‘컨트롤타워’ 물갈이… 고려아연 이사도 떠났다
||2024.12.03
||2024.12.03
현대자동차그룹이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핵심 조직인 기획조정실의 수뇌부를 대거 물갈이했다. 지난달 그룹의 ‘기획통’으로 꼽혔던 김걸 기획조정실장 사장이 물러난 데 이어, 최근 그를 보좌했던 기획조정1실장과 3실장도 자리를 떠났다. 내년부터 정의선 회장에 이어 그룹 내 2인자인 부회장으로 일하게 될 장재훈 사장의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의 인사로 풀이된다.
3일 그룹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인사를 내고 기획조정3실장을 맡았던 한용빈 부사장과 1실장으로 일했던 김우주 전무를 면직시켰다. 한 부사장은 다음 보직에 대한 발령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김 전무는 기아로 소속이 변경돼 오너십관리사업부장에 임명됐다.
현대차그룹 기조실은 인사, 재무, 투자, 계열사 관리 등 전체 그룹 경영의 밑그림을 그리고 실행하는 조직으로 컨트롤타워 기능을 한다. 사장급인 기조실장을 기조1실장(전무)과 부사장급의 2, 3실장이 보좌하는 구조다.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핵심 조직인 만큼 기조1~3실장은 현대차 2명, 기아 1명으로 구성된다.
김걸 사장은 지난 22일 자리에서 물러나 정몽구재단 부이사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이번 인사에 따라 기존 현대차그룹 기조실 수뇌부에서는 2실장을 맡고 있는 기아 소속의 한석원 부사장만 자리를 지키게 됐다.
현대차그룹이 기조실 수뇌부를 대거 교체한 것은 내년 부회장 취임을 앞둔 장재훈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김걸 사장은 정몽구 회장 시절 그룹 내 2인자였던 김용환 전 부회장을 오랜 기간 보좌했다. 김 전 부회장이 기조실장을 맡던 시절 기조1실장으로 일했고, 그가 2018년 말 현대제철 부회장으로 이동하면서 기조실장 자리를 이어받았다. 한용빈 부사장과 김우주 전무도 김 사장을 도왔던 기조실 핵심 인력들이다.
반면 장재훈 사장은 2011년 현대글로비스로 입사했으며, 정의선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과거 정몽구 회장 시절의 색채가 짙은 기존 기조실 수뇌부를 정리하고 정의선 회장이 자신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장 사장의 장악력을 높여 더 효율적으로 그룹을 이끌 수 있도록 내린 결정이라는 게 내부에서 나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사장단 인사를 마무리한 데 이어 오는 10일 후속 임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기조실은 장 사장과 가까운 인물들이 새로 배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조실장을 필두로 1~3실장이 업무를 분담했던 조직의 구성도 일부 개편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기조1실장에서 퇴임한 김우주 전무는 최근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고려아연의 이사회에 소속된 인물이다. 현대차는 니켈 공급망 구축 등에서 협력하기 위해 고려아연 지분의 5%를 인수했는데, 고려아연은 동맹 강화 차원에서 김 전무를 지난 2월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김 전무는 최근 고려아연 이사회에 계속 불참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구성원인 김 전무가 그룹 기조실을 떠나고 소속도 기아로 변경되면서 고려아연이 이사를 교체할 지 여부와 향후 경영권 분쟁에서 현대차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 지 등에 대해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