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젠슨 황의 행보와 한국의 AI 경쟁력
||2024.12.02
||2024.12.02
인공지능 분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많은 이들이 엔비디아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엔비디아의 핵심 제품인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플랫폼 쿠다는 인공지능(AI) 생태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AI 전용 고성능 칩인 A100과 H100은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AI 반도체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점유율은 80% 이상으로 절대적이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1위 애플을 맹추격하고 있다. 오픈AI가 챗GPT 베타버전을 선보인 2022년이후 엔비디아는 시총 6000억달러대에서 1조달러대를 돌파했다. 불과 2년만에 시총 3조달러대(약 4400조원)에 진입했다. 엔비디아의 주가 등락에 전세계 사람들이 울고 웃는다. 엔비디아 수혜주라는 타이틀을 등에 업은 세계적인 기업들도 그렇다.
엔비디아 젠슨황이 올해 방문한 곳을 살펴봤다. 가장 최근으로 11월, 일본을 방문해서는 소프트뱅크와 만나 일본 최대 규모의 AI 슈퍼컴퓨터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특히 눈길을 끈 건 이 시스템 구축을 위해 블랙웰로 알려진 DGX200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구축한다는 점이다. 10월에는 덴마크가 국가 최대 규모 AI 슈퍼컴퓨터 ‘게피온(Gefion)’을 구축하는 자리에 참석했다. 게피온은 엔비디아의 H100 텐서코어 GPU 1528개가 탑재됐다.
올해 5월, 컴퓨텍스에서 젠슨 황은 “대만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 중 하나”라고 언급하며 AI 인프라 확충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할 것임을 밝혔다.
한국은 세계적인 IT강국이라고들 한다. 세계 유수의 기업이 테스트배드로 한국에 제품을 선출시하고 글로벌 인사들의 발걸음도 잦았다.
비단 엔비디아 젠슨 황이 방문한 국가를 열거하며 방한하지 않은 것에 대해 AI 경쟁력에서 뒤처진 것은 아닌가 하는 웃픈 상황을 대면하는 현실이 억지스러울 수도 있겠다.
일각에서는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국내 유입량을 통틀어도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한 개 기업이 보유한 수량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라고들 한다. 공급은 한정되어 있고 투자여력이 넉넉하지 않으니 구매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해석도 뒤따른다. 각자 고군분투로는 바잉파워가 미약하니 공동구매로 이를 타개하자는 움직임도 있을 정도다.
지난 몇 년간 인공지능은 세계 경제의 판도를 바꾸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았다. AI를 선점하는 국가와 기업은 미래 산업을 지배할 주도권을 쥐는 모양새다.
AI 시대에 들어 한국의 AI 경쟁력은 어떠한가. 겉으로는 세계 10위권 안에 들며 선전하는 듯 보인다. 실질적인 성과나 구조적인 문제를 들여다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AI 인재 부족과 각종 규제 등 치명적인 문제가 여럿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정부가 AI 기본법 제정, AI 안전연구소 개소, AI 인프라를 위한 4조원 투자 방안 등 다양한 진흥 정책을 내놨다. AI 투자가 생태계 전반에 고르게 유입되어야 할 것임은 물론이고, 이 같은 계획이 선언에 그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말로만 AI 대중화가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져야만 한국이 AI 시대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AI 기술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한국이 IT강국이라는 명성을 AI 시대에도 이어가기를 기대한다.
이윤정 솔루션부장 it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