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진 서울 AI 허브 센터장 “스타트업 육성, AI 생태계 구축의 필수”
||2024.11.28
||2024.11.28
서울 AI 허브는 ‘스마트업 기반의 AI 생태계 조성’이라는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는 기관이다. 특히 최근 정부가 서울 양재 일대를 AI 특구 사업으로 발전시키면서 서울 AI 허브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메인센터가 건립된 후 국가 AI연구거점, AI 글로벌 연구협력센터, 공군 AI 신기술융합센터, 카이스트 AI 대학원 등이 입주하며 기업, 기관, 학교 간 협력의 장이 마련되고 있다.
박찬진 센터장은 “서울 AI 허브는 기술 스타트업 중심으로 AI 생태계를 확장해가는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하는 기관”이라고 표현한다. 이를 위해 앞으로 AI 기술 혁신 및 연구 지원, 스타트업 경영 및 인프라 지원, 투자 매칭 및 글로벌 시장 진출 지원, 창업 활성화 및 인재 양성, AI 산업 융합 등의 추진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IT조선은 최근 서울 AI 허브에서 박찬진 센터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울 AI 허브는 서울시가 양재 일대를 AI 인재와 기업이 밀집한 인공지능 특화 거점으로 조성하기 위해 2017년 문을 연 ‘인공지능 분야 기술창업 육성 전문기관’이다.
― 올해 서울 AI 허브에서 추진한 사업들은 무엇이 있었나.
“‘AI+X 융복합 인재 육성 전문가 교육(이하 AI+X)’과 글로벌 연계 사업을 추진했다. AI+X는 AI 기술 적용 산업을 확대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X에 특정 산업이 반영되는 방식이다. 특히 수강생 기준이 해당 산업의 전문가들이어서 실질적인 AI 융복합 성과를 이뤄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올해 로봇, 헬스케어를 진행했다.
글로벌 연계 사업은 7개 기업을 선정해서 캐나다 밀라연구소에 보내 연구협력을 지원했다. 해당 기업들은 캐나다에서 법인을 세웠고 밀라 연구소에 있는 다양한 이벤트에도 참여했다.
‘서울 AI 펠로우’도 진행했다. 국내 AI 분야 교수들과 기업을 연계시켜주는 사업이다. 올해는 한국인공지능학회, 한국정보과학회에 있는 AI 소사이어티와 함께 서울 AI 허브 입주 기업들에게 문제 해결이나 연구 지원 등을 할 수 있는 교수를 지원 받았다.
가령 데이터를 많이 확보한 기업이 있다면 그 데이터를 활용해 볼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해주고 연구 지원을 해주는 식이다. 실제 이 경우 많은 기업들이 몰리기도 했다. 헬스케어와 로봇 분야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특히 헬스케어의 경우 서울 AI 허브에 들어온 서울대병원 국가특화연구소와 같이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 올해는 서울 AI 허브의 지원사업이 많아지고 주도적이었다는 느낌이 든다.
“올해 추진한 프로그램에는 서울 AI 허브가 능동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일반적으로는 기업과 학계, 기업과 기업의 연계로만 끝이 나는데 서울 AI 허브는 이러한 성과를 오픈해서 입주 기업들뿐만 아니라 국내 AI 스타트업들도 참여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
앞으로도 투자 연계, 교육, 연구 지원 등 창업 지원기관으로서 해야 되는 일은 물론 AI 특화 프로그램, 글로벌 연계 등의 사업과 결합시켜서 AI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좀더 능동적인 역할을 하고자 한다.”
― 2017년부터 현재까지 많은 기업들을 육성했다. 그 사이 기업들도 많이 성장했을 것 같다. 어떤 기업들이 눈에 띄는가.
“이곳에 입주해 계속 성장해 온 기업도 있고 새롭게 들어온 기업도 있다. 초창기에 비해 기술 발전은 물론 비즈니스화도 많이 이뤄낸 것 같다. 큐빅이라는 기업을 예로 들면 합성데이터를 서비스 모델로 삼고 있는 기업인데 투자사를 선택할 만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시선추적기술 전문기업 비주얼캠프의 경우 서울 AI 허브에 오랜 기간 있으면서 제품 개발과 상용화를 모두 이뤄냈다. 피아스페이스는 멀티모달 AI 기술로 CCTV 영상을 모니터링하는 기업인데 싱가포르 창이공항, 쿠팡 등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보면 좋은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기술력도 상당 수준이고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여러 성과를 내고 있다.”
― AI 스타트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지만 미국, 유럽, 중국 등과 비교하면 아직 스타트업 환경이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 투자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투자가 많이 줄기는 했다. 투자자들이 돈 되는 기업만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매출을 발생하려면 시리즈B, C 단계일텐데 허브에 있는 기업을 비롯해 아직 많은 스타트업들이 프리A나 시리즈A 일 것이다.
이는 기술에 대한 이해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시리즈A에 투자한다는 것은 성장 가능성을 믿는다는 것이다. 성장 가능성을 믿으려면 AI 기술에 대해 이해하고 비즈니스 임팩트를 예상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또 한 가지는 AI 기술이 더 발전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더 정확히는 현재 대규모 언어모델(LLM)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더 발전하고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을 때 투자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이는 기술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 LLM이 나온 이후부터는 그 전에 개발 및 상용화 됐던 AI 기술이 과거의 기술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바꿔 말하면 LLM이 과거의 AI 기술을 대체하고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기술 영역은 다르다. 기존에 반도체와 같은 제조산업에 사용되고 있는 AI 기술들, 불량 검출 자동화 기술, 고장 예측 기술 등은 해당 산업에 전문화 돼 있고 요구하는 문제에 대해서만 해결해주기 때문에 LLM과 같은 기술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반면 LLM은 지식 기반으로 학습된 기술 영역으로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AI가 아니다.
AI의 발전 방향은 두 기술의 접목이다. 기존 AI 기술 위에 LLM이 붙으면서 좀더 쉽게 지능화 된 형태로 각 산업 영역에서 활용된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으로 본다면 LLM을 발전시키는 방향도 중요하지만 그와 함께 산업에 특화된 AI 기술 발전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 앞으로 서울 AI 허브가 추진하고자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생성형 AI 관련해 특화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자 한다. 가령 입주 기업을 평가할 때도 생성형 AI가 적용되는 경우 가점을 주는 방식을 도입하고 생성 AI 관련 교육을 만드는 등 최근 AI 흐름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다.
AX(AI 트랜스포메이션) 기업 지원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다. 입주 기업 평가를 하다 보면 내부에 AI 조직도 없고 기술도 없는데 향후 1~2년 안에 직원을 채용해 AI 기술이나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하는 기업들이 40%가량 된다. AI 스타트업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AI를 도입해 지금의 서비스를 새롭게 변화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운 기업들도 지원하고 있다.
사실 평가 기준으로만 보면 선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허브에 있는 기업들과 연계하면 새로운 비즈니스가 창출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브 입주 기업들은 AI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그 기업들에게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줄 수도 있고 기술 지원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AI 멘토링, 컨설팅 등의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