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감기 시장서 퇴출 되는 ‘페닐레프린’… “내 가족 감기약 괜찮나”
||2024.11.17
||2024.11.17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코 감기약에 쓰이는 ‘페닐레프린(phenylephrine)’이 실제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해당 성분이 조만간 퇴출 수순에 돌입한다.
국내에서도 코막힘 치료를 위해 흔히 사용되던 성분인 만큼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종합적인 검토에 착수하면서 감기약 시장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집중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FDA는 코감기약으로 주로 사용되는 경구용 페닐레프린이 효과가 없다며 코막힘 일반의약품(OTC) 성분 목록에서 제외할 것을 요청했다.
페닐레프린은 주로 코막힘에 주로 사용되는 성분이다. 코 점막에 있는 교감신경 수용체를 자극해 코 점막의 혈관을 수축시키는 작용을 한다.
페닐레프린 퇴출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7년부터 전문가들이 페닐레프린의 효과성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페닐레프린 효능에 대한 데이터 평가를 진행했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 일반의약품 자문위원회(NDAC)는 그동안의 데이터 평가와 임상시험 결과 등을 토대로 위원 전원이 ‘페닐레프린 효능은 위약(가짜약)과 다를 바 없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자문위원회 결론에 따라 올해 FDA는 페닐레프린 성분에 대한 효과 검증에 착수했으며 1년 여만에 ‘성분 목록 삭제 제안’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미국 내에서는 업체 의견을 수렴한 뒤 페닐레프린 성분에 대한 최종 퇴출을 결정하게 될 전망이다.
이번 FDA 결정이 공식적인 퇴출 발표는 아니지만 국내 식약처가 페닐레프린 성분에 대한 조치에 돌입한 만큼 감기약 시장에 변화를 줄 전망이다. 페닐레프린은 코 막힘 완화 효과로 30년전부터 사용돼 온 약물로써 의사 처방없이 마트나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2022년 기준 페닐레프린 성분 감기약이 2억4200만개 팔렸으며 17억6000만달러(2조3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국내에서는 페닐레프린 성분이 퇴출된다 해도 코감기약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허가된 페닐레프린 성분 함유 제품은 69개 중 단일제는 10여개가 채 되지 않으며 대부분 페닐레프린 성분 포함된 복합제다.
또 이미 지난해 NDAC 발표 이후 상당수 제약사들이 페닐레프린 성분을 제외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등 후속조치를 발빠르게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기준 페닐레프린 성분 함유 경구용 감기약 중 생산·수입실적이 있는 제품은 총 30개로, 이미 절반 이상이 유통을 중지한 상황이다.
페닐레프린 성분을 포함한 상위 매출 제품은 ▲동화약품 ‘판콜에이내복액’ ▲코오롱제약 ‘코니시럽’ ▲유한양행 ‘콘택골드캡슐’ ▲헤일리온 ‘테라플루’ 등이다. 이들 품목은 페닐레프린 성분을 포함하고 있지만 다른 성분이 함께 사용된 복합제에 해당한다.
특히 국내 다빈도 감기약 시장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 중인 동화약품의 ‘판콜에스’는 페닐레프린 성분을 함유하지 않았다.
복합 성분 제품의 경우 코막힘 뿐 아니라 재채기나 인후통, 기침, 가래, 발열 등 감기 증상에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즉 해당 의약품들은 코막힘 완화에 도움을 주지 못하지만 다른 감기 증상에 효과가 인정돼 사용에는 지장이 없다.
또 안전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없어 제품 폐기 조치가 내려지지 않는 이상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이 퇴출로 이어지는 상황은 극히 드물다. 현재까지 FDA도 기존 유통 페닐레프린 함유 제품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제약사 입장에는 페닐레프린이 감기약으로 사용될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해당 성분을 뺀 제품을 새로 제조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부담이 발생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업계는 지난해부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만약 추후 FDA와 식약처가 추가 행동에 돌입한다면 그에 발맞춰 새로운 제품으로 교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