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 손익분기점 처음 넘은 왓차… 구독제로는 어려웠다
||2024.11.03
||2024.11.03
국내 주요 OTT 중 유일하게 모회사 없이 몸집을 키운 왓챠가 올해 3분기 처음 손익분기점(BEP)을 돌파했다. 구체적 액수가 공개되진 않았으나 흑자전환은 이룬 셈이다. 왓챠의 수익 개선은 수익 다각화를 통해 이뤄졌다. OTT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해야 한다는 기존 인식과 다른 방향으로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왓챠는 올해 6월 월간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이어 3분기에는 전체 손익분기점도 달성했다. 그동안 티빙·웨이브·왓챠 등 국내 주요 OTT는 모두 수백억원대 연간 영업손실을 냈다. 왓챠의 첫 분기 손익분기점 돌파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국내 주요 OTT 중 처음 만년 적자를 벗어났다는 의의를 갖는다.
이는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통한 콘텐츠 경쟁력 강화라는 정통성 있는 전략의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반증으로도 분석된다.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등 글로벌 OTT를 상대로 콘텐츠 경쟁을 벌여야 하는 국내 OTT는 그동안 오리지널 콘텐츠에 수천억원 이상을 투자해왔다. 웨이브는 2021년 내년까지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티빙은 CJ ENM 등으로부터 수천억원의 유상증자를 받았다.
밑 빠진 콘텐트 제작비(?)
문제는 이런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비용이 급격하게 올랐다는 점이다. 많은 돈을 투자한다고 회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월정액 구독 형식으로 운영되는 OTT 특성상 하나의 흥행 콘텐츠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나 유료 가입자 수를 일시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 이를 유지하는 게 힘들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최근 쿠팡플레이, 티빙뿐 아니라 넷플릭스도 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하려는 이유다. 스포츠 중계는 해당 스포츠 팬덤이 리그가 진행되는 내내 중계 플랫폼에 꾸준히 접속하도록 만든다. 한국프로야구(KBO)를 중계하는 티빙은 야구 경기 유무에 따라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가 27만명쯤 차이 난다.
왓챠는 건별 결제형 비디오(TVOD)와 웹툰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왓챠가 공급하는 수백편의 영상 콘텐츠를 보기 위해 구독하는 이를 늘리는 전략은 성과를 언제 낼 수 있을지 모르는 밑 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전문가들 역시 제작비용을 회수하기 힘든 내수시장 한계상 사업 다각화가 필요할 것으로 봤다.
이찬구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넷플릭스도 부담된다고 할 정도로 제작비용이 워낙 많이 올랐는데 매출이 제작비용만큼 증가하는 건 아니니 다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며 “콘텐츠에서 매출을 늘릴 수 없으면 스포츠 중계나 웹툰이나 게임 같은 다른 수익원을 찾게 되고 이런 수익원들이 점차 주요 수익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업계 전문가는 “OTT는 티빙이나 웨이브처럼 모회사를 통해 적자를 감수하고 꾸준히 투자할 수 있는 규모의 사업자가 아니면 지속하기 힘든 사업이라는 걸 매각에 실패하고 구조조정을 진행한 왓챠가 보여주는 것 같다”며 “왓챠는 대량의 투자를 유치한 것도 아니라서 투자를 대규모로 늘리기는 어려우니 애초에 이런 식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티빙·웨이브 합병, 넘어야 할 산은
이 같은 업종의 한계는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하더라도 필연적으로 겪게 될 문제로 분석된다. 지난해 기준 티빙은 연간 영업손실 1420억원을 냈다. 같은 기간 웨이브 연간 영업손실은 804억원이다.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할 경우 단순 합산하면 2200억원쯤의 연간 영업손실을 해결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티빙·웨이브 합병 시 국내 콘텐츠 투자 규모가 단순 합산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각각 20편씩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었다면 합병 후에는 15편쯤 만들어 비용을 아낄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오리지널 콘텐츠도 한 작품에 수백억원씩 드는 영화·드라마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예능 위주일 가능성이 크다. 스포츠 중계, TVOD 판매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추가로 왓챠처럼 웹툰 같은 다른 형태의 미디어로 수익 다각화를 하지 않으면 흑자전환이 요원해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는 투자해서 흥행한다고 투자비 이상의 수익을 낸다는 보장이 없다”며 “계속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고 콘텐츠를 유통하려면 장기적으로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