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근절위한 ‘CSO 신고제’… 첫 단추부터 삐거덕
||2024.10.25
||2024.10.25
제약 산업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의약품판매·촉진대행사'(CSO) 신고제가 본격 시행됐지만 시행 첫 주부터 혼란이 발생하는 등 업계 내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고제 시행으로 영업 투명화와 적법한 CSO 법인 증가 등 긍정적 변화를 기대하는 부분도 존재하지만, 의무교육에 대한 불만과 지출 비용 증가와 같은 부정적인 의견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약사법 26조2’를 바탕으로 CSO 신고제를 본격 시행했다. 이달 19일부터 해당 규칙이 시행되면서 그간 모호했던 CSO 신고 기준을 비롯해 변경·폐업·휴업 신고, 교육 의무와 방법, 교육기관 지정 등이 명확해졌다.
이로써 앞으로 미신고된 CSO 판촉 및 영업 행위는 불법에 해당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벌금 및 1년 이하의 영업정지에 처한다.
CSO는 과거 제약사들의 의약품 영업과 홍보를 대행해주는 업체다. 이를 통해 기업은 CSO와 계약함으로써 판관비를 절약하는 한편, 기술개발(R&D)에 집중하는 이점을 얻을 수 있다. 다만 몇 년 전부터 일부 제약사들이 CSO를 통해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등 법의 사각지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CSO와 관계를 맺는 제약업체에게 거래 내역과 경제적 이익을 기록하는 지출보고서 작성을 관리할 의무를 부여해 부당한 영업 방식에 대한 책임 대가를 가중시켰다. 기존 뚜렷한 규제가 없던 CSO 역시 영업 활동을 신고하고 의무교육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시행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다양한 우려가 등장하면서, 업계는 이번 시행규칙이 리베이트 근절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효과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우선 보건복지부령 제1065호로 ‘약사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이 CSO 신고제 시행 하루 전인 18일에 공포돼 산업 내 혼란이 가중됐다. CSO 신고제를 담은 약사법 개정안이 2023년 3월에 통과됐지만 2년이 가까워지고 있던 기간 동안 이렇다 할 공포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던 것이다.
시행규칙에 따라 CSO는 지자체 보건소로부터 ‘신고증’을 발급받아야 하지만 법 시행 이전까지신고증 발급이 불가능해 영업 판촉·활동에 차질을 빚게 됐다. 심지어 접수서류 양식에 대한 이해도가 엇갈려 보건소를 찾은 CSO가 신고증 발급에 애를 먹는 상황도 존재했다.
또 CSO 의무교육을 위한 교육기관이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단 한 곳으로 지정된 것에 대한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의약품 유통기업들은 특정 기관에만 교육 기회를 제한해 교육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저해하고, 업계 환경을 고려하지 못한 처우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일례로 규모가 큰 의약품 유통기업은 문제가 없지만 프리랜서 형식을 근무하는 영세 유통업자들이 상당수라는 점에서 이들이 납득할만한 교육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CSO 교육 기관 모집에 대한약사회, 한국의약품유통협회 등 다양한 단체들이 복건복지부에 지원했음에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 곳만 선정된 것으로 밝혀졌다.
복지부는 교육기관이 많아질수록 교육에 대한 통일성과 질적 부분이 낮아질 것이란 우려 때문에 단수 교육기관을 지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유통 관계자는 “기업 형태로 운영 중인 CSO는 이번 교육에 큰 문제는 없을 테지만 영세한 업자들 사이에서는 어떤 식으로 교육 받아야 하며, 해당 교육이 불법적인 영업활동을 근절하는데 도움이 될지에 대해 많은 의문을 표하고 있다”며 “교육 효율성 측면에서도 다양한 교육기관을 설정해 편의성을 높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더불어 추가 비용부담에 대한 불만도 잇따르고 있다. 의약품 유통업자들이 받아야 하는 의무교육이 무료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유통 관계자는 “투명한 의약품 거래를 위한 취지는 이해하지만, 영세한 업자들에게 이전보다 복잡해진 서류 작업과 기존에 없던 교육비 등의 지출은 부담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글로벌 기업과 제휴를 맺는 기업들에 대한 차등된 교육 마련 요구도 나오고 있어 실무를 반영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CSO 신고제가 장기적으로는 제약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의견이 다수 나온다. 당초 목표대로 제약사들은 R&D에 집중하는 동시에 불필요한 판관비 활동을 줄여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성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CSO 사업자는 리베이트 주역이라는 오명을 벋고 제약 산업 내 영업마케팅과 유통 전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신고제를 통해 업계 투명성 강화와 합법적인 판촉 등이 활성화돼 산업이 더욱 발전할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 “시행 초기인 만큼 업계 곳곳에서 불만이 쏟아지고 있어 당국이 일부 변화를 줄 것이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