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디지털교과서, 접근성 문제 해결은 갈 길 멀어”
||2024.10.21
||2024.10.21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이 반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장애인 접근성과 보편적 학습설계(Universal Design for Learning, 이하 UDL) 적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장애학생 특성을 고려한 AI 기반 평가 시스템 지침 부재, 각종 보조공학기기와의 호환성 문제가 확인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이하 장교조)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계획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성명을 지난 17일 발표했다. 지난해 6월 조합과 교육부가 체결한 단체협약 제33조에서 '디지털 교과서의 접근성 보장'을 명시한 바, 교육부가 교과서 개발 시 장애인교원의 정보 접근성을 보장해야 할 책무가 있다는 골자다.
교육부가 지난해 도입계획을 발표한 AI 디지털교과서는 학생에게 맞춤형 학습 기회를 지원하고자 AI를 포함한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학습자료 및 학습 지원 기능 등을 탑재한 소프트웨어다.
개발 가이드라인에는 장애, 다문화, 기초학력 등에서 학생, 교사, 학부모를 포함해 모든 사용자가 AI 디지털교과서에 동등하게 접근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AI 디지털교과서 개발 가이드라인의 ‘접근성 준수’ 부분은 국제 표준화 기구인 월드와이드웹 컨소시엄(World Wide Web Consortium, W3C)이 제정한 웹 콘텐츠 접근성 가이드라인(Web Content Accessibility Guideline, WCAG)을 근거로 해 국내 상황에 맞게 제작됐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개발사는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는 장애인 사용자가 비장애인 사용자와 동일한 또는 동등한 수준의 대체적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접근성 관련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또한 장애학생이 비장애학생과 동등하게 학습할 수 있도록 UDL를 고려해야 한다. UDL은 다양한 학습자를 지원하고 학습의 접근을 향상하기 위해 융통성 있는 교육과정 및 교수설계를 지원하는 틀이다. 모든 학생들이 교육 환경을 편리하게 사용해 결과적으로는 장애인의 차별이나 낙인이 발생하지 않는 효과적인 사회 통합을 이끄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와 관련, 장교조는 성명을 통해 AI 디지털교과서의 장애인 접근성 및 UDL 적용 상태가 학교 현장에서 교과서로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장교조에 따르면 시각장애 사용자의 경우, 수식과 도형 등에 대한 음성 피드백 부족, 화면 확대 비율 제한, 스크린 리더 호환성 문제 등이 확인됐다. 청각장애 사용자의 경우 실시간 자막 생성 기능과 수어 설명이 부족했다. 지체·뇌병변장애 사용자를 위한 대체 입력 방식과 마우스 호환성 문제도 확인됐다. 인지장애 학생을 위한 쉬운 설명과 일관된 레이아웃 제공은 개발과 자문 과정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그 외에도 일부 스크린 리더를 제외한 다양한 보조공학기기와의 호환성은 테스트가 불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장교조는 AI 평가 시스템에서 장애학생 특성을 고려한 시스템 지침이 부재하다는 점, 장애 관련 민감 정보 수집 및 활용에 대한 개인정보 보호 지침도 미비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AI 디지털교과서와 점자 촉각 자료나 보조공학기기와의 연계 계획도 부재해 장애학생 및 장애인교원이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도구와 환경조차 갖추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헌용 장교조 위원장은 "이러한 제도적 미비는 AI 디지털교과서가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현장에서는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하는 요소이며 장애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장애인교원의 교육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 접근성 및 UDL 적용을 위한 구체적인 개선 방안 마련이 필요하며 AI 디지털교과서 개발 과정에서 장애인교원과 학생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AI 디지털교과서 개발 과정에 장애인교원 컨설팅단의 자문이 진행됐지만 여기에 참여한 한 교사는 "한 달 동안 개발사별로 2시간 남짓의 형식적인 자문만 이뤄져 실질적 자문으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