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맞춤 백신 늘어나는데… ‘비싼 약값’에 국가지원 필요성↑
||2024.10.15
||2024.10.15
한국 사회가 빠른 속도로 고령화시대에 접어든 가운데 의약품 시장에도 60대 이상 인구를 겨냥한 백신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고령층은 타 연령 대비 기존 백신 효과가 감소해 특정 질병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한 고령자용 백신 접종이 요구되지만 일각에서는 해당 백신들 모두 가격이 높은 소위 ‘프리미엄 백신’인 만큼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의 60∼69세 인구는 777만24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40∼49세(776만9028명)보다 1214명 많은 수치다.
2008년 처음 인구통계를 작성한 이래 60대가 40대보다 많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로 접어들면서 올해 7월에는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섰다.
통계청은 한국의 고령인구 구성비가 올해 19.2%에서 2072년에는 47.7%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즉 50년 뒤 한국의 인구 절반은 65세 이상 노인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면역력이 낮아진 60대를 겨냥한 다양한 백신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백신들은 기존 백신 대비 적게는 2~3만원 많게는 30만원 가량 비싸 국민보건 증진을 위해 범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략으로 ‘65세 이상 대상포진 백신 무료 접종’을 내세웠으나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박희승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대상포진 환자수는 2022년 71만 2035명에서 지난해 75만 7539명으로 6.4% 증가 했다. 올해도 7월 말 기준으로는 환자수가 44만1815명에 달한다.
대상포진은 심한 통증과 지각 이상이 동반되는 질병이다. 병변이 사라진 후에도 신경통이 흔하게 발생(약 5~30%)하기도 한다.
급성기에는 뇌수막염, 척수염, 망막염 등의 합병증 발생 가능할 뿐 아니라 대상포진 환자에서 뇌졸중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보고도 있어 예방이 중요하다. 특히 대상포진은 젊은 층에 비해 65세 이상에서 발병률이 8~10배 높은 질환이다.
다만 대상포진백신의 예방접종은 비급여 진료항목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의약품이다. 게다가 의료기관별로 백신의 예방접종 가격을 결정해 예방접종 가격의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스카이조스터주의 예방접종 평균 가격은 14만6206원이으로 최소 가격은 4만원에서 최대 30만원으로 최저·최대 가격 차이가 7.5배로 나타났다. 조스타박스의 최대 가격은 40만원, 싱그릭스주는 50만원에 달해 환자 부담 역시 큰 상황이다.
이들 백신의 예방효과는 이미 증명됐다. 백신 접종 시 조스터박스는 전 연령에서 대상포진이 51% 감소하며, 60세 이상에서는 41~64%의 예방효과를 보였다. 싱그릭스는 50세 이상에서 89.8~97.2%의 예방효과가 나타났으며 7년 후에도 약 85%의 예방효과가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질병관리청은 ‘국가예방접종(NIP) 도입 우선순위 설정 및 중장기 계획 연구’를 통해 올해 1월 고령층 대상포진 백신 도입에 대해 우선순위가 높고, 질병 부담, 비용 효과 측면에서 도입 타당성이 입증됐다는 결과를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올해 이들 백신이 NIP 사업에 포함되지 않아 대상포진 환자의 급격한 증가세를 막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령자용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에 대한 NIP 확대 요구도 증가하고 있다. 임상현장에서 65세 이상자의 독감 접종률은 80%가 넘지만, 실제 예방 효과는 17.4%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의료 전문가들은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면역증강제가 첨가된 ‘고면역원성 백신’ 접종을 추천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사노피의 고령층용 고용량 인플루엔자 백신 ‘에플루엘다테트라’와 CSL시퀴러스의 ‘플루아드 쿼드’가 본격적인 상업화에 돌입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국내 규제당국의 허가를 받은 에플루엘다테트라는 표준용량 독감 백신 대비 4배 많은 항원을 포함한 인플루엔자 백신이다.
에플루엘다테트라는 고령자 대상의 무작위배정 임상시험(RCT)에서 표준용량 백신을 대조군으로 해 우월한 독감 예방 효능을 지속 입증하고 무작위배정 실제임상근거(RWE) 연구에서도 합병증과 입원율을 감소시켰다.
플루아드 쿼드는 CSL시퀴러스의 독점적인 면역증강제 ‘MF59’를 포함한 4가 인플루엔자 백신(aQIV)이다. 플루아드 쿼드 역시 RCT를 통해 65세 이상 고령층과 면역력이 낮은 기저질환자에서 일반 인플루엔자 백신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면역반응을 유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들 백신은 기존 백신보다 높은 가격인 6만원대를 형성하고 있어 환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은 프리미엄 백신으로 분류된다.
업계 관계자는 “고령화 사회가 뚜렷해질수록 면역력이 낮고 기존 백신 효과가 적은 고령층을 겨냥한 백신이 국내에 다수 상륙하고 있지만 이들 제품들이 고가인 탓에 환자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규제 당국이 다양한 검증을 통해 해당 백신들의 NIP 지원 경제적 타당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머지않아 몇몇 백신은 국가지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