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은행엽건조엑스’ 제제… 뇌기능 개선제 각축전 예고
||2024.10.12
||2024.10.12
올해 기억력 감퇴, 집중력 저하 등에 효능 있는 ‘은행엽건조엑스’ 의약품이 연이어 허가를 획득하며 관련 시장에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다.
당초 은행엽건조엑스 제제 시장은 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활성화됐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둔 수험생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타며 뇌기능 개선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식약처 허가 목록에 이름을 올린 완제의약품 276개 품목에서 은행엽건조엑스(은행잎추출물) 제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식약처 품목허가를 획득한 은행엽건조엑스 제제는 29개로 전체 품목의 10%을 차지했다. 이 중 26개 품목이 은행엽건조엑스 240㎎을 주성분으로 하고 있다.
은행엽건조엑스는 은행나무잎에서 유효성분을 추출한 물질이다. 해당 약물은 혈액 순환 개선 및 항산화 작용을 나타내 말초동맥 순환장애, 어지러움, 이명, 치매 등의 뇌기능 장애에 사용된다.
과거 기억력 개선 목적의 의약품들은 대부분 의사 처방이 요구되는 전문의약품들이었으나 기억력 개선 의약품의 주성분인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에 임상학적 문제가 발생하면서 시장이 축소되기 시작했다.
이후 기억력 개선 의약품 주성분으로 활약하던 아세틸엘카르니틴, 옥시라세탐 제제마저 급여제한 문제로 시장에서 퇴출되면서, 천연추출물인 ‘은행엽건조엑스’가 주성분인 일반의약품들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등장했다.
대부분의 은행엽건조엑스 240㎎ 제제는 일반의약품이기 때문에 의사 처방 없이 구매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비해 비용부담이 적은 위탁생산을 통해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제약사들이 외연확장을 위한 제품군으로 많은 선택을 받고 있다.
대표 제품으로는 ▲대웅제약 ‘대웅징코샷’ ▲동국제약 ‘메모레인캡슐’ ▲종근당 ‘브레이닝(Braining) 캡슐’ 등이 있다.
우선 대웅제약은 지난해 11월 ‘대웅징코샷’을 출시했다. 대웅징코샷은 은행잎 추출물 ‘은행엽건조엑스’ 240㎎을 한 알에 담았다. 1일 1회 1정 복용으로, 기존 120㎎저용량 제품들의 1일 2회 복용하던 저용량 제품 대비 편의성을 높였다.
동국제약은 올해 1월 ‘메모레인캡슐’을 공개했다. 메모레인캡슐은 인삼40%에탄올건조엑스 100㎎과 은행엽건조엑스 60㎎의 생약복합성분을 통해 기억력 감퇴와 집중력 및 주의력 저하에 효능·효과를 입증한 제품이다.
인삼40%에탄올 건조엑스는 인삼을 40% 농도의 에탄올로 추출해 여과 농축을 통해 얻은 인삼추출물이다.
메모레인캡슐의 임상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중년층에 12주 동안 투여 시 작업기억(working memory)과 장기기억(long-term memory)을 포함한 다양한 측면에서 기억 품질지수가 위약군과 비교해 유의미하게 향상됐다.
종근당은 2월 ‘브레이닝(Braining) 캡슐’을 출시했다. 브레이닝 역시 은행엽건조엑스 60㎎과 인삼40%에탄올 건조엑스 100㎎를 복합한 일반의약품이다. 브레이닝은 제조사인 스위스 SFI사가 진행한 임상 결과 약물 복용 첫날부터 인지기능 개선이 시작됐으며 복용 30일 후 인지기능이 뚜렷하게 개선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 내 영향력 확대를 위한 마케팅 경쟁도 치열하다. 동국제약은 배우 조진웅을 모델로 기용한 TV광고를 선보였으며 종근당은 김창옥 교수와 작사가 김이나, 영화평론가 이동진 등을 모델로 선정했다.
초기 해당 의약품들은 기억력과 혈액 순환 개선 효능 등을 담으며 고령화 시대를 겨냥한 제품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최근 20대부터 40대 직장인부터 수능을 준비 중인 수험생까지 전연령층에 뇌기능 개선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제품 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다만 의료 전문가들은 은행엽건조엑스와 항응고제를 병용할 경우 출혈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에 항혈전제나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환자는 반드시 의사의 상담을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국내 자발적 이상사례 보고자료에서는 은행엽건조엑스가 어지러움, 가려움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으나 해당 이상사례와 성분 간 인과관계가 입증되진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33분기 허가 의약품 중 은행엽건조엑스 성분이 상당부분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최근 제약 업계 트렌드가 반영된 것”이라며 “뇌기능 개선제 시장이 확장되고 있는데다 성장세도 뚜렷해 많은 제약사들이 도전하고 있는 분야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