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환상에서 벗어나야 ②[K-클라우드 위기와 기회]
||2024.10.10
||2024.10.10
국내 클라우드 산업은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이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이 급부상하고 기업들이 IT 인프라를 클라우드로 전환하게 되면서 많은 기회를 얻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외산 클라우드 기업들의 거대해지는 시장 지배력에 점차 자리를 빼앗기는 위기를 겪고 있다. 국내 클라우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한 때다. IT조선은 정부 및 학계, 산업계 등 10명의 국내 클라우드 산업 전문가들과 함께 ‘위기와 기회의 클라우드 시장’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를 논의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IT조선이 주최하고 OPA(오픈 클라우드 플랫폼 얼라이언스)가 주관한 '대한민국 클라우드 플랫폼 산업, 위기와 기회’를 주제로 9월 27일 첫번째 마련한 간담회에서는 문제를 진단하고 나아갈 방향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국내 클라우드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오픈소스 경쟁력 강화, 산업 특성에 최적화 된 서비스 개발 등의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그리고 정부의 구체적인 클라우드 지원 정책을 필요 조건으로 내세웠다.
지난 9월 2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IT조선 주최(OPA 주관)로 ‘제1회 대한민국 클라우드 플랫폼 산업, 위기와 기회’ 간담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OPA(오픈 클라우드 플랫폼 얼라이언스) 김홍진 의장, 네이버클라우드 강민석 리더,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이주명 이사, 메가존 박종하 상무, 이노그리드 김명진 대표, 한국공개소프트웨어협회 심호성 상근부회장,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이재효 센터장, 숭실대학교 최종석 교수, 개방형클라우드플랫폼센터 정기봉 센터장 등이 참여해 클라우드 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강력한 오픈소스 생태계 구축 시급
첫 번째로 제시된 방안은 오픈소스 경쟁력 강화다. 클라우드의 전체 시스템은 크게 세 가지 IaaS(서비스형 인프라), PaaS(서비스형 플랫폼),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로 구분돼 있다. 이 가운데 PaaS는 전체적인 클라우드 운영을 위한 플랫폼이며 주로 오픈소스 기반으로 개발된다.
현재 주요 외산 클라우드 기업인 AWS(아마존웹서비스), MS 애저, 구글 클라우드 등은 물론 전세계 클라우드 플랫폼 기업의 80% 이상이 오픈소스 기반으로 플랫폼을 개발 및 구축하고 있다. 이는 기술력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오픈소스 기반의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유 등의 활성화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의미까지 담고 있다.
한국공개소프트웨어산업협회 심호성 부회장은 “오픈소스라고 하면 개발자들이 모여 소프트웨어를 발전시키고 공유하는 문화였으나 지금은 기업이 전략적으로 개발하고 지원하는 문화로 바뀌고 있다. 여기에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나라에서 오픈소스를 적극 지원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개방형클라우드플랫폼센터 정기봉 센터장은 “최근 조사를 보면 아시아 국가 가운데 오픈소스 경쟁력 1위는 중국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9위로 베트남에게도 순위에서 밀려 있다”며 “중국의 경우 오픈소스로 소스 코드를 개발하면 자국의 클라우드 플랫폼에 반영해 레퍼런스를 만들고 이를 공개하면서 강력한 오픈소스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며 “한국은 오픈소스 기반으로 만들었어도 철저히 비공개로 두기 때문에 발전이 잘 안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픈소스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기업에서의 생태계 구축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노그리드 김명진 대표는 “현재는 오픈소스 생태계를 이끌고 가는 데가 없는 것 같다. OPA나 기관 등에서 오픈소스 기반의 표준화 모델의 기준을 설정하고 소프트웨어 확산과 공유를 위한 커뮤니티 구성, 오픈소스 교육 등 생태계를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호성 부회장은 “오픈소스 클라우드 지원센터와 같은 기관을 마련해 국가 핵심 전략으로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산업에 특화된 서비스 구축 필요
두 번째로 제시된 방안은 산업에 특화된 서비스 구축이다. 외산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을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클라우드 기업마다의 특성과 특정 산업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개발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명진 대표는 “이노그리드가 투자금 400억원 들여 7년 동안 제품(클라우드 서비스)을 만들었다. 그런 기업이 10개라고 하면 투자금이 4000억인데 레드햇의 한 해 인건비도 안 되는 수준”이라며 “AWS, 레드햇 등의 글로벌 기업을 쫓아가기 보다는 산업에 특화된 제품 전략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가령 우주 클라우드, 양자 클라우드 등과 같은 ICP(Industrial Cloud platform)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이주명 이사도 이 같은 의견에 동의하며 “의료, 금융 등 데이터 보호 측면에서 외산 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영역을 공략해보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며 “우리는 고성능에서 우리만의 뾰족한 방법을 찾고 있다. 현재는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로도 충분한 컴퓨팅 파워를 얻을 수 있다. 이런 특징을 살려 대학병원 등과 협력을 맺고 과제 수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만 아쉬운 부분은 브랜드 인지도 문제, 해외 리전에 대한 부재 등이다. 특히 게임이나 해외 시장에서 서비스하고 싶어하는 기업들의 경우 이런 점들을 많이 고려한다”며 “해외에 진출하고자 하는 국내 SaaS 기업들과 국내 CSP가 협력해서 해외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의 정부 지원 정책도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며 구체적인 정부 지원 방향을 제안했다.
클라우드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편 이번 간담회에서는 클라우드 산업에 대한 관점을 다시 잡아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명진 대표는 “클라우드에 대한 환상에 빠져있는 것 같다. 전체적인 클라우드 방향성을 바라보고 있지 않고 AI, 양자 컴퓨팅, 우주 산업 등에만 초점이 맞춰진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클라우드 강민석 리더는 구체적으로 클라우드 플랫폼 산업에 대한 역할을 언급하며 나아갈 방향성을 재조정했다. 그는 “클라우드 플랫폼 산업이라고 하면 관련한 기술 트렌드가 끊임없이 나오는 시장에서 밑바탕이 되는 방대한 산업이다. 그럼에도 이제까지 퍼스트 클라우드 정책이 나오지 않았다”며 “클라우드를 늘 무언가를 하기 위한 도구로만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OPA 김홍진 의장은 “최근 클라우드 산업에 많은 변화가 있고 국내 기업들도 변화에 대한 니즈가 높은 상황이다.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외산 기업들과 비교해 경쟁력이 약한 것은 타깃 오퍼레이션 모델이 없어서다”며 “고객들에게 구체적으로 타깃팅해서 어떻게 변화시켜 줄 것인지에 대한 제안이 외산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 부분들이 한국의 클라우드 기술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축소시키고 있는 것 같다. 한국도 자성해야 한다. 기술 측면 외에도 고객에게 어떻게 변화시켜 줄 것인지를 명확히 제시하고 신뢰를 주게 되면 기업이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