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외산에 안 밀리는데 경쟁력 왜 낮을까 ①[K-클라우드 위기와 기회]
||2024.10.10
||2024.10.10
국내 클라우드 산업은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이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이 급부상하고 기업들이 IT 인프라를 클라우드로 전환하게 되면서 많은 기회를 얻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외산 클라우드 기업들의 거대해지는 시장 지배력에 점차 자리를 빼앗기는 위기를 겪고 있다. 국내 클라우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한 때다. IT조선은 정부 및 학계, 산업계 등 10명의 국내 클라우드 산업 전문가들과 함께 위기와 기회의 클라우드 시장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를 논의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IT조선이 주최하고 OPA(오픈 클라우드 플랫폼 얼라이언스)가 주관한 '대한민국 클라우드 플랫폼 산업, 위기와 기회’를 주제로 9월 27일 첫번째 마련한 간담회에서는 문제를 진단하고 나아갈 방향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한국은 자국 스스로 클라우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좀더 명확히 말하면 네이버클라우드, KT클라우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과 같이 클라우드 리소스를 제공하는 CSP(클라우드 서비스 프로바이더) 기업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나라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PaaS(서비스형 플랫폼)라고 불리는 클라우드 플랫폼 기술력 또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참고로 클라우드 분야는 크게 세 가지 IaaS(서비스형 인프라), PaaS,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로 구분돼 있다. 앞서 CSP는 IaaS에 속한다.
국내는 자체적인 클라우드 인프라와 플랫폼을 갖추고 있는 만큼 실제 기술 측면에서도 외산 기업들에게 뒤쳐지지 않는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한국의 클라우드 기술 수준은 미국을 100으로 기준했을 때 89.5다.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등의 굵직한 클라우드 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도 90.8로 한국과 큰 차이가 나지 않으며 86.0인 일본보다 기술 수준에서 높다.
기술 격차가 크지 않음에도 실제 시장점유율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3사(AWS, MS, 구글)로 대표되는 외산 기업들은 전세계 클라우드 시장에서 65%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AWS의 점유율만 60%를 넘는 상황이다. 그나마 남아 있는 시장 점유율은 공공기관들의 수요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클라우드 플랫폼의 기술적 신뢰성을 확보해 시장으로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클라우드 산업, 왜 성장 못할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3년 클라우드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클라우드 산업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응답자의 38.3%가 ‘도입비용의 부담’을 1순위로 꼽았다. 뒤를 이어 19.9%가 성능·기능 부족, 15.3%가 보안 우려를 꼽았다.
숭실대학교 최종석 교수는 “기술 자체로만 보면 미국, 중국, 유럽 등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다만 클라우드에서는 보안 기술, 분산 데이터 저장기술, 가상화 기술, 관리자동화 기술, 시스템 제어 기술 등도 필요한데 이런 부분까지 보완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뢰성 부족’도 클라우드 산업 저해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최종석 교수는 “외산 기업들의 제품은 전세계적으로 적용 사례가 많기 때문에 사용자들에게 ‘더 안정적이다’라는 믿음이 저변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클라우드 산업 실태조사에서도 클라우드 사업 수행 시 애로사항으로 ‘마케팅 어려움’을 가장 많이 꼽았다. 왜 마케팅이 어려웠는가는 생각해보면 인지도와 신뢰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시장 경쟁력이 낮아졌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산 기업들, 어떻게 신뢰성 확보했나
외산 기업들의 경우 오픈소스를 적극 활용해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 모델을 만들고 서로 호환되는 환경 구축을 중심 전략으로 취하고 있다. 특히 적극적인 오픈소스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시장에서 인지도와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실제 클라우드 네이티브 컴퓨팅 재단(Cloud Native Computing Foundation), 아파치 소프트웨어 재단(Apache Software Foundation) 등 주요 오픈소스 프로젝트 기관의 기여도에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가장 높다.
최종석 교수는 “외산 기업들도 오픈소스 기반이기 때문에 우리와 상황은 비슷하지만 여러 동력들을 오픈소스와 함께 발전시켜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며 “자사의 제품 홍보도 중요하지만 전세계에서 사용하는 제품들이 동일하게 사용하는 오픈소스 기술에 우리 기업만의 서비스를 녹아내는 방법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양한 산업 환경에서 적용되는 서비스 모델 개발도 인지도 및 신뢰성 확보에 한몫 하고 있다. 가령 AWS의 경우 우주 산업에 특화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항공우주 분야 연구개발에서 높은 인지도를 쌓고 있다.
메가존 박종하 상무는 “현재 클라우드는 가상환경, 페이먼트, AI, 이커머스 등을 운영하는 데 있어 필수다. 그리고 금융, 메타버스, 헬스케어(가상 의료), 가상화폐 등을 구현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며 “이제까지 클라우드가 기술 부분에서 혁신을 가져왔다면 앞으로는 모든 비즈니스에서 혁신을 가져다주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