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청사진 공개에도 카카오에 먹구름 드리우는 이유
||2024.10.07
||2024.10.07
카카오가 새로운 인공지능(AI) 서비스 '카나나'의 청사진을 10월 22일 공개키로 했다. 1년 가까이 생성형AI 모델 공개를 미뤄오던 카카오가 드디어 시장에 기술 역량을 공개하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AI 주목도가 기대만큼 높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페이 등 계열사 리스크가 커지면서다. 특히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으로 김범수 창업자가 구속된 상황에서도 규제 당국의 제재가 쏟아져 카카오 그룹 전반에는 먹구름이 드리운 상황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10월 22일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 카카오(If Kakao)'를 개최하고 AI 서비스 '카나나'를 공개한다. 이프 카카오는 카카오그룹의 기술 비전을 공개하는 행사다. 2018년부터 매년 열렸다. 올해는 'AI(모든 연결을 새롭게)'가 핵심 주제로 카카오의 신규 서비스가 소개될 예정이다.
그간 카카오는 다른 경쟁사 대비 AI 기술력이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10월 공개를 계획했던 자체 LLM 코GPT 2.0 출시가 미뤄져서다. 이번 신규 AI 서비스 공개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이유다. 특히 AI를 앞세운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카카오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카카오는 AI 경쟁력을 높이고자 AI 연구개발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의 주요 사업을 카카오 본사로 흡수하고 AI 전담 조직 카나나를 신설했다. 카카오브레인이 개발한 자체 LLM(대규모언어모델) 출시 계획을 변경해 신규 AI 서비스 카나나를 공개하는 것으로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카카오가 AI 기술 경쟁력을 대중에 알릴 예정이지만 시장의 관심은 잇따른 계열사의 사법 리스크에 쏠려 있는 모양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최근 '콜 몰아주기', '콜차단' 혐의로 역대급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두 현안으로 카카오모빌리티가 부과해야할 과징금만 995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매출 부풀리기' 건도 정부에서 제재 수위를 검토하고 있다. 내용이 확정되면 과징금 규모는 1000억원을 훨씬 웃돌 전망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또 고의 분식회계(매출 부풀리기) 의혹에 따른 회계처리 위반 혐의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결정도 앞두고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매출 부풀리기 혐의에 가장 높은 양정 기준인 '고의 1단계'를 적용했다. 이로 인해 카카오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과징금 90억원과 류긍선 해임 권고 등의 제재를 권고받았다.
카카오페이는 고객 동의없이 고객 정보를 중국 알리페이에 넘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카카오페이가 2018년 4월부터 최근까지 매일 1회 542억건(누적 4045만명)의 개인신용정보를 알리페이에 넘겼다고 판단해 제재 절차에 나선 상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도 관련 혐의를 조사중으로 혐의 인정시 중복 규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 본사도 오픈채팅 개인정보 유출 건으로 개보위의 제재를 받았다. 개보위는 지난해 카카오톡 익명 채팅 서비스인 '오픈채팅'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개인정보보호 법규 위반을 이유로 5월 과징금 151억원을 부과했다.
카카오는 이에 대해 "법 위반 행위가 없었다"며 반발한다. 카카오는 오픈채팅 개인정보 유출건을 비롯해 카카오모빌리티 콜 몰아주기, 콜 차단 혐의 관련해 공정위, 개보위 등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에 나선 상황이다.
카카오는 소송 승패에 따라 과징금 제재 변수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준비 과정에서 로펌 등 비용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 주가, 영업이익 등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한 제제에 불복한 행정소송에 나선 것이 정부의 미운털로 작용해 제재를 높이는 또다른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카카오는 계열사 불공정행위 문제로 국정감사 증인으로도 소환된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카나나 공개 일정과 맞물렸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는 10월 17일 개인정보 유출 관련 의혹과 관련 금융감독원 증인으로 출석한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10월 25일 카카오 택시 등 수수료 및 이용불편과 관련 중기부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생성형AI 코GPT 2.0 등 출시도 한참 뒤쳐진 상태에서 신규 AI 서비스가 크게 혁신적일 것이라는 기대감은 이미 꺾인지 오래됐다"며 "카카오의 가장 큰 현안은 AI보단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사법 리스크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주가 회복,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