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예방 접종 본격화… 치열해진 백신 경쟁
||2024.10.05
||2024.10.05
겨울철을 앞두고 인플루엔자(독감) 국가예방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이번 접종 기간 내 사용될 백신 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다.
국내 기업부터 다국적 기업까지 올해 백신 공급량이 대폭 늘어난 데다 특정 연령대에 특화된 백신까지 도입되면서 인플루엔자 백신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 등 보건당국에 따르면 최근 2024~2025절기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이 시작돼 관련 백신 공급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번 예방 접종 기간은 내년 4월 30일까지 진행된다.
우선 지난달 말부터 2회 접종 대상 어린이 접종이 시작됐다. 과거에 접종한 경험이 없거나 기존 1회만 접종을 받은 6개월 이상 9세 미만 어린이가 대상이다.
이달 2일부터는 1회 접종 대상 어린이(2회 접종 대상 외 어린이)와 임신부의 무료 접종이 실시됐다. 이후 같은 달 11일에는 65세 이상 어르신이 접종이 시작된다.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으면 2주 후 방어 항체가 형성되는데, 건강한 성인의 경우 접종으로 인해 70~90%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신 접종은 감염 예방 이외에도 중증과 사망 위험을 낮추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는 게 질병청의 설명이다.
이번 인플루엔자 접종에는 세계보건기구(WHO) 권장주가 포함된 4가 백신이 쓰인다. 특히 올해 국가필수예방접종(NIP) 도입 백신이 전년도보다 늘어났으며 선택할 수 있는 성인백신 수도 확대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이번 NIP사업을 통해 계약된 백신은 총 1170만 도즈(회분)으로 1290억원 규모다. 이는 전년 대비(1121만 도즈) 50만 도즈 가량 늘어난 물량이다.
올해 NIP 백신 공급사로 선정된 기업은 녹십자, 보령바이오파마, SK바이오사이언스, 사노피, 한국백신, 일양약품 등이다. 여기에 GSK도 소아 NIP 인플루엔자 백신을 공급하기로 했다.
공급량으로는 녹십자가 265만 도즈로 최대 물량을 맡게 됐으며 SK바이오사이언스(255만 도즈), 사노피(215만 도즈)가 뒤를 잇는다. 이어 일양약품과 한국백신이 200만 도즈, 보령바이오파마가 125만 도즈를 공급한다.
이들이 공급하는 백신들은 대부분 유의미한 차이 없이 효과가 동일하기 때문에 어떤 백신이 우수하다고 단정 짓기 힘들다.
다만 중증 계란 알레르기 질환을 갖고 있거나, 백신 과민반응을 보이는 환자는 세포 배양 방식으로 개발된 백신 접종이 권고된다.
독감 백신은 생산 방식에 따라 계란을 이용해 배양하는 방식과 세포 배양 방식으로 나뉜다. 계란 배양 방식으로 백신을 만드는 경우 일부 계란성분이 들어가 있을 수 있고 이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세포배양 방식은 유정란을 사용하지 않아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가 세포 배양 방식으로 백신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백신들이 국내에 속속 도입되면서 관련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65세 이상 고령자의 독감 예방 효과가 다른 연령대 대비 낮기 때문에 면역증강제가 첨가된 ‘고면역원성 백신’ 접종을 추천하고 있다. 임상현장에서 65세 이상자의 독감 접종률은 80%가 넘지만, 실제 예방 효과는 17.4%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연령대 평균 예방률 22.5%에 비해 낮은 수치다.
이에 올해 국내에는 사노피의 고령층용 고용량 인플루엔자 백신 ‘에플루엘다테트라’와 CSL시퀴러스의 ‘플루아드 쿼드’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내 규제당국의 허가를 받은 에플루엘다테트라는 표준용량 독감 백신 대비 4배 많은 항원을 포함 인플루엔자 백신이다.
에플루엘다테트라는 고령자 대상의 무작위배정 임상시험(RCT)에서 표준용량 백신을 대조군으로 해 우월한 독감 예방 효능을 지속 입증하고 무작위배정 실제임상근거(RWE) 연구에서도 합병증과 입원율을 감소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표준용량 백신과 비교한 시험에서도 독감 예방 효과가 24.2% 더 높았다. 독감과 관련된 폐렴 질환 발생율도 39.8%, 심각한 심폐 질환 발생율을 17.7% 더 감소시켰다.
플루아드 쿼드는 CSL시퀴러스의 독점적인 면역증강제 ‘MF59’를 포함한 4가 인플루엔자 백신(aQIV)이다. 면역증강제 MF59는 항원을 투입했을 때 면역세포가 더 많이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물질이다. 면역반응의 크기와 폭을 개선해 백신의 효능을 강화하는 성분이다.
플루아드 쿼드는 RCT를 통해 65세 이상 고령층과 면역력이 낮은 기저질환자에서 일반 인플루엔자 백신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면역반응을 유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두 백신 모두 NIP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은 백신이다. 특히 일반 백신보다 높은 가격인 6만원대를 형성하고 있어 ‘프리미엄 백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년 대비 NIP 백신 물량이 늘어났으며 고령자용 백신까지 국내에 도입되면서 소위 ‘백신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하는 인플루엔자 예방 시즌이 시작됐다”며 “내년 초까지 이어지는 백신 접종기간 동안 어떤 백신이 선전할지 관심이 집중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