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소비트렌드 전망’ 트렌드 코리아 2025 [새책]
||2024.09.29
트렌드 코리아 2025
김난도·전미영·최지혜·권정윤·한다혜·이혜원·이준영·이향은·추예린·전다현 지음 | 미래의창 | 400쪽 | 2만원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가 사라지고 있다. 내일을 꿈꾸지 못하는 젊은이들은 금수저, 은수저와 같은 수저론의 벽을 느낀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 소비문화가 경쟁적이고 과시적이었던 탓도 있을 것이다. 더 노력해서 더 많은 것을 갖고 싶다는 야망을 갖지 못하는 것은 우려스럽다. 하지만 0.01의 365일은 37.8배가 증가한다는 것처럼 내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한 가지를 찾아서 축적하고 실천하면 어느 순간 큰 변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추이와 소비 활동의 모습을 추적, 관찰해 온 트렌드 코리아 팀이 17번째 ‘트렌드 코리아 2025’를 내놨다.
대표저자인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답답한 경기침체가 지지부진하고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지리하고 밋밋하게 경기가 정체되는 시기에는 전망을 잡아내기 어렵다”며 “이런 시기에 소비트렌드는 두 가지 요소가 중요하다. 첫째는 작아진다. 두 번째는 내일보다 오늘이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원대한 내일의 계획보다 오늘 재밌고 즐겁게 지내자는 트렌드가 반영된다”고 말했다.
매년 그 해의 동물을 키워드로 소비 트렌드를 잡아내는 책의 특성에 맞춰 이번 트렌드 코리아 2025는 ‘스네이크 센스(SNAKE SENSE)’를 단어로 10가지 키워드를 담아냈다. 뱀처럼 날카로운 감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도 내포한다. 메인 키워드인 옴니보어를 비롯해 아보하, 토핑경제, 페이스테크, 무해력, 그라데이션K, 물성매력, 기후감수성, 공진화전략, 원포인트업 등을 키워드로 풀어냈다.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 옴니보어는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혼수용 냉장고를 누구에게 팔까.”
이 물음에 과거에는 20대 여성을 타깃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결혼 연령이 달라졌고 반반혼수라는 시대상도 반영해야 한다. 성별, 연령 등으로 마케팅 타깃을 정하던 과거와 달리 집단의 경계가 사라지고 개인의 취향이 더욱 또렷해지면서 마케팅 활동의 근본이 흔들리고 있다. 책에서는 이제까지 소비자 혹은 시장에 가졌던 모든 선입견과 고정관념은 폐기해야 한다고 전한다.
‘아주 보통의 하루’를 뜻하는 ‘아보하’가 10대 트렌드 키워드의 선두에 등장한 점도 눈에 띈다. 2018년 트렌드 코리아에서도 키워드로 전달한 바 있는 소확행이 본질을 잃고 과도해졌다. 행복을 과시해야 한다는 행복피로도가 심각해지면서 이를 탈피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과시하고 경쟁하지 않는 가운데 행복을 찾는 것도 좋다는 의미에서 아보하가 2025년 트렌드의 한 축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아보하와 함께 평온한 일상을 공유한다는 의미로 ‘무해력’도 키워드에 이름을 올렸다.
‘기후감수성’과 ‘토핑경제’ 그리고 ‘원포인트업’ 키워드는 옴니보어 소비자들의 일상과 아보하, 무해력을 쫓는 사람들의 면면을 비춘다. 디지털 시대에 강한 매력을 발상하는 무성에 대한 추구를 다룬 ‘물성매력’과 적과 나를 가리지 않고 공생과 진화를 모색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인 ‘공진화 전략’ 등은 급변하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남다른 감각으로 먹이를 잡아채는 뱀의 놀라운 능력과도 닿아있다.
트렌드 코리아 팀은 10개 키워드 중 한 개의 기술 분야 키워드를 포함해 왔다. 가장 근본적인 변화를 이끄는 것은 결국 기술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는 기술에 인간의 얼굴을 입히기 위한 기술의 움직임을 담은 ‘페이스테크’가 뜰 것으로 전망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만능시대다. 앞으로는 사람의 감정을 읽고 대응하는 능력을 갖춘 최대한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기업과 상품이 선택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역대급이라는 말 자체가 역대급으로 쓰이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역동성이 크다는 뜻이라고 한다. 특유의 역동성을 바탕으로 전에 없는 다양성을 표출하는 모습을 담아낸 ‘트렌드 코리아 2025’를 통해 그 시사하는 바에 대한 답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윤정 기자 ityoon@chosunbiz.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