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제대로 쓰려면 ‘목적 아닌 수단’으로 접근해야”
||2024.09.25
||2024.09.25
인공지능(AI)의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을 넘어서는 방안이 제시됐다. AI가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활용될 때 지금의 수요 정체 시기를 지나 본격적인 AI 활용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25일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가 주최한 ‘클라우드 빅테크 2024’ 컨퍼런스에서 네이버클라우드 유경범 상무는 기조연설을 통해 수요 기업의 실질적인 AI 활용 전략을 소개하며 이 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최근 AI는 거품론이 제기되는 등 성장의 정체를 겪고 있다. 미국 벤처캐피털(VC) 세쿼이아 캐피탈의 보고서에 따르면 빅테크 기업들의 AI에 대한 연간 투자는 6000억달러(약 790조4000억원)에 이르지만 수익은 1000억달러를 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기업들의 AI에 대한 수요가 높은 반면 실제 비용 절감, 업무 효율성 향상 등의 성과를 얻은 기업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유경범 상무는 “2023년부터 AI 붐이 일어나면서 많은 기업들이 AI 도입을 ‘목적’으로 접근했다. 하지만 AI는 기업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 중 하나일 뿐”이라며 “중요한 것은 기업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잘 정의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경범 상무가 제시한 ‘기업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서 AI 도입’ 방안은 ROI(투자 대비 수익률), 도메인 특화, 외부 데이터 연동 등 3가지다.
먼저 AI를 기반으로 비용 전환을 추진하는 방안이다. 최근까지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은 비용 절감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다. AI는 기업의 이익 증대와 비용 최적화를 달성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유경범 상무는 ROI 달성 방법으로 네이버 데이터(검색 및 쇼핑 데이터) 기반의 상품 기획, 영향인자 AI 분석 기반 수요 예측, 수요 데이터 기반 재고 최적화 기능 등을 예로 들었다.
두 번째는 도메인(산업별) 특화 모델을 통해 기업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다.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 등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AI 모델의 경우 산업에 특화된 데이터를 학습하지 않았기 때문에 특정 도메인에서 사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제조, 금융, 법률, 교육, 의료 등 각 산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유경범 상무는 “금융, 법률 등의 분야는 개인 정보가 민감하고 일부 기업에서는 폐쇄망을 운영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LLM(대규모 언어모델)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많다”며 “이 경우 퍼블릭이 아닌 구축형 AI 모델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외부 데이터 연동을 통해 AI 활용 가치를 높이는 방안이다. 글로벌 시장연구기관 포레스터 리서치에 따르면 조직의 70%가 새로운 외부 데이터를 확보했거나 확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내부 데이터에 국한하지 않고 외부 데이터를 통해 AI 활용 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유경범 상무는 “대다수 글로벌 기업들이 데이터 확보를 위해 예산을 늘리고 있다”며 “네이버의 경우 다양한 B2C 사업을 영위하면서 검색, 쇼핑, 콘텐츠, 지도, 커뮤니티 등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를 확보했고 이를 기반으로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며 데이터박스(DATA BOX)와 클루(CLUE)를 소개했다.
데이터박스는 네이버 온라인 행동 데이터와 이를 분석할 수 있는 분석 인프라를 제공한다. 클루는 네이버의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로부터 행동 패턴을 학습한 하이퍼클로바X 기반의 AI 모델이다.
유경범 상무는 “기업이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앞서 세 가지를 제시하면서 AI가 표면적으로 나온 것은 없다. 기업의 문제들이 먼저 제시되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AI에 대한 접근 방식의 전환이 필요함을 내비쳤다.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