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노인들이 문제..? 폐지 줍다 사고 난 60대, 모두 분통 터진 이유
||2024.09.23
||2024.09.23
20일 오전 4시 55분쯤 고양시 일산동구 성석동의 한 도로에서 SUV 차량이 폐지 수거용 리어카를 끌고 가던 60대 여성 A씨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폐지를 수거하기 위해 나오는 노인들의 교통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 은평구 연서시장 앞 도로에서 폐지를 수집하던 노인과 교통사고가 발생해 숨진 사고가 있었다. 또 지난 8월에는 강원도 원주에서 손수레를 끌던 80대 노인이 차에 치여 사망했다. 지난해 12월에도 대전 동구 둔산동에서 폐지를 수거하던 70대 노인이 도로를 건너다 택시에 치여 사망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2023년 폐지 수집 노인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폐지 수집 노인은 약 4만 2,000여 명에 이른다. 폐지 수집 중 교통사고 경험률은 6.3%에 이르는데 이는 전체 노인 보행자의 교통사고 경험률 0.7%의 9배에 이르는 수치이다. 그럼에도 폐지 수집 노인의 대부분이 생계유지 목적으로 폐지를 수집하고 있기에 다음날이면 거리로 나와야 하는 상황이다.
차도가 위험하다고 인도로 다닐 수도 없는 상황이다. 도로교통법상 너비 1m가 넘는 손수레는 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차도가 아닌 보도로 다닐 경우 범칙금 3만 원이 부과된다. 이 때문에 도로보다 안전한 보도로 다닐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된 적이 있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새벽이나 야간에 특히나 더 폐지 수집 노인과의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운전자가 어두운 도로를 돌아다니는 노인들을 식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폐지를 수거하는 대부분의 노인들은 어두운 옷을 입고 형광조끼 등 교통안전을 위한 장비를 착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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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하루 종일 일해 버는 돈이 만 원 좀 넘을까 말까 하는 상황에 안전조끼 5천 원, 경광봉 6천 원 총 1만 2천 원에 달하는 안전장비를 노인들이 스스로 마련하기란 어려운 상황이다. 광진구에서 폐지를 모으던 노인 B씨는 “어지간해 생계로 이 일을 하는 노인들은 형광 조끼 같은 건 살 생각도 못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는 폐지 수집 노인에 대한 지원을 이어나가고 있다, 서울 중구청은 2019년 경광등, 반사테이프 등이 붙어 있는 ‘안전손수레’를 폐지 수집 노인들에게 지급했다. 광진구청은 주민센터로부터 명단을 받아 안전조끼와 LED 표시등, 단디바(야광 밴드) 등을 지급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잘 사용하지 않는 노인분들이 많고 글씨가 크게 쓰여 있어 노인들이 부끄러워 잘 입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속되는 안타까운 사고를 멈추기 위해서는 단순히 안전장비만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별로 안전사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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